사과문 보낸 차병원에 뿔난 엄마들

입력 2017-02-03 16:49  



(조미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기증받은 제대혈을 불법으로 투여해 논란을 빚었던 차병원이 기증자들에게 사과문(사진)을 보냈습니다. 차병원은 ‘제대혈 기증자분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김동익 분당차병원장 명의로 제대혈 기증자들에게 보냈는데요. 사과문을 받아 본 제대혈 기증 엄마들은 차병원이 내용을 축소하고 회피한다며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제대혈은 태아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으로,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세포의 성장·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질병 치료에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인이 비용을 들여 보관하는 가족 제대혈과 달리 기증 제대혈은 산모가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증받은 제대혈이라도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으면 치료 및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병원은 정부 승인 없이 불법으로 오너 일가에게 제대혈 시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차 회장 부부와 차 회장 부친 차경섭 명예 이사장 등은 연구 대상으로 등록하지 않고 총 9차례 제대혈 시술을 받았습니다.

출산 때 제대혈을 차병원에 기증한 여성들은 지난달 강남 차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을 살리라고 기증한 제대혈을 사리사욕을 위해 남용했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당시 이들은 차병원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는데요. 이 때문에 차병원이 이들에게 사과문을 보낸 것입니다.

제대혈 기증 엄마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증자 모임 카페에 올린 입장문에서 “당초 제대혈 관리현황을 낱낱이 밝히고 VIP 미용시술 등 불법사용한 부분에 대한 공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모두 묵살됐다”며 “내용은 사실상 잘못을 축소하거나 회피하고 있어 엄마들은 또다시 자괴감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문제가 된 제대혈은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연구용 제대혈이며 미용성형 목적이 아닌 암 재발 예방과 뇌졸중 치료를 위한 탐색연구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일축한 부분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작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들은 “본래의 요구대로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의 실태를 전수조사하여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복지부에서 제대혈은행 취소 처분을 받은 차병원이 가족 제대혈 보관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논란입니다. 차병원그룹은 기증 제대혈은 차병원에서, 가족 제대혈은 차병원그룹 계열사 차바이오에서 각각 보관합니다. 복지부는 차병원만 취소 처분을 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 조사에서는 차바이오에서도 불법 세포 시술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입장문 전문>>

똑바로 사과하고 제대혈 관리현황과 불법사용 전말을 공개하라
차병원이 제대혈 기증엄마들에게 사과문을 발송했다.

제대혈을 기증한 엄마들은 지난 1월자로 인쇄된 차병원그룹 분당차병원장(김동익)이 발송한 사과문을 순차적으로 받아보고 있다.

그러나 사과문을 읽어본 순간, 깊이 사죄드린다는 사과문의 시작과 달리, 내용은 사실상 잘못을 축소하거나 회피하고 있어 엄마들은 또다시 자괴감으로 내몰리고 있다.

당초 제대혈을 기증하거나 보관한 엄마들은 제대혈 관리현황을 낱낱이 밝히고, VIP 미용시술 등 불법사용한 부분에 대한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모두 묵살된 것이다.

사과문에서 차병원은 ‘무게나 세포수가 법적기준 미달인 부적격 제대혈은 폐기되거나 기증자가 동의한대로 연구용으로 사용되지만 최근 소량의 제대혈이 엄격한 절차를 지키지 못해 물의를 빚었다’고 시인했지만, 일부 소량에 대해서만 관리가 소홀했다는 식으로 잘못을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또, ‘문제가 된 제대혈은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은 연구용 제대혈이며 미용성형 목적이 아닌 암 재발 예방과 뇌졸중 치료를 위한 탐색연구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일축한 부분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작태여서 엄마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제대혈 기증 및 연구사업 주체는 제대혈 기증자에게 기증 당시 적합유무에 대한 검사결과를 밝히고, 사용처와 목적도 고지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제대혈을 기증한 엄마도 이러한 고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이렇듯 엄마들이 확보한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이용해, 형식적인 사과와 책임회피, 뭉뚱그리기 식 본질 호도는 차병원의 의료윤리 상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태이다.

엄마들은 차병원의 기만적 행위를 더 이상 순순히 용납할 수 없다.

본래의 요구대로,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의 실태를 전수조사하여 밝혀야 한다.

또한 제대혈 불법사용 사건의 본질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사과문 개별발송이 아닌, VIP 미용시술에 직접 개입한 차병원그룹 차광렬회장 본인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이 합리와 도의에 부합한다.

2017년 2월 3일

제대혈 기증 및 보관사업에 참여한 엄마들 · 엄지당 준비위원회

(끝)/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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