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호주 아웃백, 핑크빛 호수·외계 같은 사막…우리 어느 별에 왔니?

입력 2017-02-05 16:25   수정 2017-02-05 16:26

영국도시 닮은 애들레이드…마치 19세기에 와 있는 듯

분화구 모양 닮은 분지
웰페나 파운드 조망하면 비현실적 신비로운 풍경

오지 속 작은 마을 마리
버려진 열차와 낙타 조형물 세월의 흔적 쓸쓸히 남아

진한 분홍빛 물감 풀어낸 신비한 붐붕가호수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아
소금 사막이 된 에어호수…하얀 눈 내린듯 반짝 빛나
오팔 생산지 쿠퍼 페디엔 수직 갱도가 빚어낸 흙무덤
SF영화 속 풍경 닮아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면서 가장 작은 대륙 호주. 한국보다 77배나 넓은 7741만220㎢의 국토를 가지고 있지만, 인구 대부분은 5% 정도 면적의 해안 지역에 살고 있다. 제대로 된 호주를 만끽하고 싶다면 호주의 속살, 아웃백을 여행해보는 것이 좋다. 아웃백은 여러 코스가 있는데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출발하는 낯설지만 특별한 코스를 소개한다.

애들레이드를 떠나 전설의 산맥으로

호주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애들레이드(Adelaide)는 느낌이 조금 달랐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차분하게 정돈된 거리, 유럽식 장식들까지 마치 19세기 호주에 와 있는 듯했다. 영국의 도시 느낌과도 닮아 있었다. 호주의 많은 지역이 영국 죄수들의 유배지로 출발한 것과 달리 이곳은 처음부터 영국 정부가 계획도시로 만든 곳이라고 한다.

아웃백으로 떠나는 거점 도시로 차분하게 여정을 준비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아웃백으로 들어가기 위해 SUV 차량을 빌렸다. 렌터카 회사 매니저는 “호주 사막 아웃백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사륜구동 차량을 가져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달리는 차로 뛰어드는 캥거루와 토끼, 에뮤의 숫자가 생각보다 많아 충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여일 아웃백을 여행해보니 사막은 꼼꼼하게 준비를 해도 변수가 많았다.

드디어 아웃백으로 출발. 애들레이드를 벗어나자 순식간에 사방이 초목으로 바뀌었다. 다시 끝도 없는 평야가 나타났다. 도로는 점점 좁아졌고 틀어놓은 음악을 제외하면 세상은 점점 고요해졌다. 그렇게 약 450㎞ 5시간 반을 달리자 저 멀리 길게 이어진 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이 다가서니 평야에 우뚝 선 봉우리가 아찔하다. 남호주 아웃백의 허리라고 부르는 플린더스(Flinders) 산맥이다.

이 산맥은 애들레이드 인근 자비스만(灣)에서부터 북으로 마레·칼라본나 호수 사이에 있는 목초지대까지 약 800㎞에 걸쳐 길게 뻗어 있다. 한국에서 보던 산맥들과 풍경과 산세가 확연히 달랐다. 봉우리 하나하나가 큰 힘에 밀려와 켜켜이 쌓인 듯한 모양이다. 실제로 플린더스 산맥은 수백만 년 동안 침식된 퇴적암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플린더스 산맥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곳은 윌페나 파운드(Wilpena Pound)다.

랜 시간 거대한 흙더미가 퇴적해 산맥을 이룬 이곳은 ‘아쿠라’라는 동물이 산맥을 따라 이곳까지 와서 춤을 추며 분지를 만들었다는 신비로운 지역이다.

분지를 보기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산행했는데 여러 봉우리에 올랐지만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분화구의 느낌과는 아주 달랐다. 경비행기를 타고 윌페나 파운드 전체를 조망하기로 했다. 비행기는 장난감처럼 작았다. 고작 네 명의 승객만 탈 수 있었다. 영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여자 조종사는 친절하게 비행 순서와 우리가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것들에 관해 설명해 줬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윌페나 파운드는 정말 분화구의 모양을 닮은 분지였다. 사막 한가운데 길게 이어진 플린더스 산맥과 그 끄트머리에 원을 그리며 솟아 있는 윌페나 파운드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비행 내내 마치 하늘에 붕 떠서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낙타모양의 해시계가 이채로운 마리

남호주 아웃백의 오지로 향하는 거점 마리(Marree)에 도착했다. 이곳을 중심으로 이전은 그나마 자연공원에 가깝고 이후는 사막에 가깝다. 본격적인 사막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마을에는 손으로 꼽을 만큼 몇 채 안 되는 낮은 건물과 덩그러니 버려진 듯한 낡은 열차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세월을 제 몸에 새겨 시뻘건 녹을 뒤집어쓴 열차가 처량하다. 이 열차는 간(Ghan) 철도 노선을 달리던 것이다. 1929년 개통된 간 철도는 애들레이드에서부터 아웃백의 중심 엘리스 스프링스까지 연결돼 사람과 소, 양, 낙타를 비롯해 물자를 실어 나르며 활발하게 이용됐다. 하지만 아웃백이 점점 사막화되고 사람들이 대부분 떠나면서 필요가 줄어든 열차는 1980년 드디어 멈추게 됐다고 한다.

작은 마을 마리에는 신기한 게 또 하나 있었는데 마을 중앙에 세워진 낙타 모양의 해시계다. 통나무로 대충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이 조형물은 사실 호주의 낙타에 대해서 무엇보다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증거물이었다.

과거 간 철도가 개통되기 이전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낙타와 낙타 몰이꾼이 호주로 들어왔다. 대부분은 우드나다타(Oodnadatta)와 엘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를 왕복했는데 500㎞가 넘는 그 길을 우드나다타 트랙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양모를 운반했는데 우드나다타 트랙 곳곳의 농장과 농장을 이동하며 물품을 옮기고 물자를 배달해줬다고 한다. 1883년 당시 마리에만 1500마리의 낙타와 60명의 몰이꾼이 머물렀다. 그래서 낙타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마을 한편에는 그때 세워진 아프가니스탄 낙타 몰이꾼들의 무슬림 사원이 있다. 낡은 초가집처럼 허름하지만,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이 인상적이다. 영어로 적은 글씨 위에 아랍어가 몇 자 쓰여 있다. 얼마나 많은 아랍인이 이곳에서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지키며 생활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우드나다타 트랙을 오가던 낙타의 수가 점점 많아지자 호주 정부는 간 철도를 개통했다. 열차가 다니면서 일거리가 없어진 아프간 사람들은 낙타를 자연에 풀어주고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갔다. 그때 풀어준 낙타가 오늘날 호주 야생 낙타의 시작이 됐다고 한다. 현재 호주 아웃백에 서식하는 야생 낙타가 100만마리가 넘는다고

다. 호주 정부는 낙타 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재미있는 건 호주는 매년 낙타 원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많은 수의 낙타를 수출하고 있다.

자연이 부린 마법, 분홍빛 붐붕가 호수

직접 보기 전에는 믿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들어서만 믿는다면 대단한 일이지만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일은 존재한다. 남호주 아웃백의 분홍색 호수가 꼭 그렇다. 애들레이드에서 130㎞ 정도 떨어진 곳에 붐붕가(Bumbunga)호수가 있다. 아웃백으로 향하는 낯선 여행자에게 호주의 마법사가 선물한 기적 같은 곳.

넓은 호수에 진한 분홍빛 물감을 풀어 아름답고 오묘한 연분홍색을 만든 느낌이었다. 독일에서 왔다는 한 친구는 수정처럼 결정이 생긴 분홍색 소금 덩어리를 호수에서 들고 나왔다. 몇몇 사람은 호수의 안쪽까지 들어가 있었다. 물이 깊지 않고 호수 중간까지 소금 결정으로 길이 나 있어 물 위를 걷는 듯 호수 곳곳을 거닐 수 있었다.

소금 호수가 분홍색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물속에 있는 박테리아의 영향이라고 한다. 물맛은 생각보다 짜지 않았다.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에 있는 사해에서 비슷한 소금 결정을 보고 물맛을 봤던 기억과 교차한다. 사해의 물은 짠 정도가 지나쳐서 쓴 느낌이 들었다. 붐붕가의 물은 바닷물보다 덜 짠 느낌이다.

분홍 호수는 사실 에어(Eyre)호수가 가장 유명하다. 이곳은 호주에서 가장 큰 호수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소금호수다. 길이 144㎞에 넓이 77㎞라고 하니 보는 이에게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에어호수는 2009년 70년 만의 홍수로 물이 가득 차올랐는데 물이 증발하면서 분홍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곳 역시 박테리아의 활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붐붕가호수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보았던 터라 한껏 기대감이 부풀었다. 면적에서 그 어떤 호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에어호수에 분홍빛이 가득 차면 어떤 느낌일까? 설렘을 핑계 삼아 쉬지도 않고 달려갔다. 하지만 눈앞에 마주한 호수에는 물이 없었다. 뜨거운 태양이 연일 내리쬐면서 호수는 어느새 소금 사막으로 바뀌어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까지 사방으로 새하얀 눈이 내린 듯 소금이 서려 있다. 한여름 호주의 푸른 하늘과 대조돼 소금은 더욱 하얗게 빛났다.

보석 마을 쿠버 페디, 우주에 온 듯한 기분

아웃백의 마지막 여정으로 보석 같은 곳을 추천하자면 단연 쿠버 페디(Coober Pedy)다. 이곳은 실제 보석인 오팔(opal)의 세계 최대 생산지로 매년 쿠버 페디 오팔 축제가 열린다. 쿠버 페디는 애들레이드에서 약 900㎞ 10시간이나 걸리지만 아웃백 오지 코스로 빠지지 않아 자동차를 이용해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밤을 새워 도착한 쿠버 페디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마을이었다. 차로 한 바퀴 도는 데 20여분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 거리를 걷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하지만 이 마을의 비밀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데 있다. 3500명 정도나 되는 사람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 더그아웃(Dugout)이라는 지하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연중 8개월 정도 한낮 기온이 평균 35도, 최고 47도까지 올라가는 건조지역이다 보니 대부분 사람이 땅 밑 주택에 살고 있다. 이곳에 며칠 머물면서 여러 호텔에 묵었는데 대부분의 숙소 역시 땅속에 있는 과거 오팔 광산을 현대식으로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했지만, 호텔 주인장은 “이곳은 연평균 17도 정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쾌적할 뿐 아니라 음식이나 와인 보관에도 좋다”고 자랑했다.

쿠버 페디 거리에는 과거 SF영화에 사용했던 소품도 여럿 있었다. 이곳 풍경이 워낙 독특한 데다 주택을 지은 구조도 특별해서 우주의 행성을 다룬 영화 촬영장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머물고 있던 숙소 앞에는 실제로 불시착한 듯한 우주선 모형이 있었다. 크기도 모양도 워낙 실제 같아서 올라타기만 하면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마을 곳곳에서도 영화에 사용한 듯한 공상과학 소품을 볼 수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서 매일 할리우드 세트장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쿠버 페디는 원주민 언어로 ‘구멍에 사는 백인’이라는 뜻이다. 100년의 세월 동안 번성과 쇠락을 거치며 전 세계 오팔의 65%를 생산하는 산지가 됐지만 한때 수만 명이 거주하며 융성했던 도시는 명성만 남기고 현재는 고요한 마을이 됐다.

마을 주변에는 과거의 번성을 자랑하듯 25만개가 넘는 구멍이 있다. 모두 오팔을 채굴했던 광산이다. 구멍마다 수직갱도가 빚어낸 흙무덤이 솟아있어 진짜 지구가 아닌 다른 별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 머물 땐 지하 호텔에서 묵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광산 투어를 해봐도 좋겠다. 체험 프로그램 도중 운 좋게 오팔을 캐낼 수도 있으니 자신있게 도전해보자.

여행 정보

남호주 아웃백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천에서 시드니 직항 노선을 이용한 뒤 다시 호주 국내선을 타고 애들레이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짧은 일정으로 아웃백을 여행하고 싶다면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현지 차량을 빌리고 어지간한 준비물은 챙겨서 가는 쪽이 좋다. 일정 여유가 있다면 애들레이드에서 하루 이상 머물면서 우핸들 차량 운전연습도 하고 빠진 준비물이 있다면 확인해서 구입하자. 차량을 빌릴 때 아웃백에 간다고 하면 알아서 차종을 추천해주지만, 반드시 전면 가드가 설치된 SUV를 빌려야 한다. 차량 내비게이션도 필수. 도시를 벗어나면 내비게이션 신호가 잡히지 않을 수 있으니 지도책도 반드시 챙기자. 지도를 잘 못 봐도 이정표만 잘 보면서 가면 크게 헤매지는 않는다. 다만 마을 간 거리가 수백 ㎞이기 때문에 일단 마을에 들어가면 반드시 차량에 기름을 넣고 물과 음식은 충분히 구비해 둬야 한다.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