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반쪽짜리 '별들의 전쟁'

입력 2017-02-12 08:4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국내 야구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축제로 꼽힌다. 흔치 않은 야구 국가대항전인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소속 선수들이 참가하는 유일한 대회다.

하지만 내달 열리는 제4회 WBC에선 적지 않은 야구팬들이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 야구 강국 가운데 최정예 전력을 구성한 팀은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 정도기 때문이다. MLB 구단들이 차출에 회의적이고 선수들마저 출전을 기피하면서 벌써부터 이번 대회가 반쪽짜리 ‘별들의 전쟁’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구단·선수 난색…외면받는 ‘야구 세계화’

한국과 일본은 동병상련이다.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던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이탈했다. 한국은 추신수와 김현수가 구단의 반대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일본 역시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마에다 켄타 등 MLB 정상급 투수들이 출전을 고사했다. 오승환과 아오키 노리치카가 두 팀의 유일한 메이저리거다. 빅리거가 총동원됐던 지난 대회와는 다른 양상이다.

‘드림팀’으로 불리는 미국도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쉽다는 평가다. 올스타급 타선을 갖췄지만 양대리그 MVP인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마이크 트라웃이 빠졌다. 마운드에선 사이영 상 수상자인 맥스 슈어저와 릭 포셀로가 제외됐고 슈퍼 스타인 클레이튼 커쇼와 매디슨 범가너는 2라운드 합류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이런 WBC 기피 현상은 대회의 취지와 역행한다. MLB 사무국은 2006년 야구의 인기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며 WBC를 창설했다. ‘야구의 세계화’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스타 선수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하지만 대회를 주도한 MLB에 오히려 불참 기류가 확산되면서 WBC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 언론이 WBC를 바라보는 시각도 싸늘하다. ESPN과 CBS스포츠는 WBC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폭스스포츠는 추신수와 다르빗슈의 불참을 두고 “훌륭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 “리그가 우선”…구단 입김도

MLB 구단과 선수들이 WBC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회가 진행되는 시기다. 리그 개막 직전인 3월은 선수들이 시즌을 위해 몸을 만드는 시점이다. 7개월 동안 이어지는 시즌을 한 달이나 먼저 시작한다면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후유증이 따를 수밖에 없다. WBC에 투수들의 한계 투구수와 휴식일 제도가 도입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구단이 선수의 대회 출전을 막을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부상이 우려된다면 제동을 걸 수도 있다. WBC 부상방지위원회를 통해서다. 구단의 요청에 따라 열리는 이 위원회는 사실상 차출 거부를 위한 장치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MLB 선수노조와 사무국이 기준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애매한 부분이 많다”며 “선수들은 소속 구단에 피해 끼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사무국도 구단주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송 위원은 “1, 2회 대회에서 미온적이었던 도미니카는 지난 대회 우승을 경험한 이후 MLB 스타급 선수들의 참여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면서 “MLB가 WBC를 바라보는 시선은 천천히 바뀌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