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임금 양극화'] 중소기업 "대기업 임금 절반도 못주니"…60대·외국인 없으면 문 닫을 판

입력 2017-03-01 18:57   수정 2017-03-02 05:04

"중소기업 가면 흙수저" 자조…인력난 '악순환'

대기업 강성노조 등장 후 임금격차 벌어져
미국·일본 등은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80% 육박
"기업 성장 막는 규제 풀고 노조도 양보해야"



[ 안재광 / 조아란 기자 ]
경기 화성의 열처리 전문기업 S사는 근로자 40여명 중 한국인이 단 두 명뿐이다. 나머지는 중국 몽골 등 해외에서 온 비숙련 기능공이다. 이 회사 신입사원 연봉은 2000만원대 초반이다. S사 사장은 “열처리 작업 특성상 야근과 잔업이 많고 일도 험하다”며 “월급을 올려줄 형편도 안 돼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향남산업단지의 자동차 부품기업 H사도 청년 직원을 찾기 어렵다. 50~60대 장년이 대부분이다. 20~30대 영업직 경력사원 모집 공고를 작년 말 냈는데 두 달째 못 뽑고 있다. “기름값을 지원해 달라” “퇴근 시간을 보장해 달라” 등 면접 온 이들의 요구 사항을 맞춰주지 못해서다.


◆“中企 근로자는 ‘흙수저’”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가장 ‘밑바닥’으로 치부한다. 수저 계급론에 빗대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과 공무원·교사는 ‘금수저’로,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은수저’로 칭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작년 8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이런 인식이 잘 드러난다. 중소기업 근로자 10명 중 8명은 본인을 흙수저나 동수저로 생각하고 있었다.

중소기업 처우가 크게 떨어진다는 통계는 많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임금과 비교해 중소기업 임금은 2015년 약 62% 수준이었다. 국내 주력 산업인 제조업만 보면 약 54%까지 떨어진다. 시간당 임금은 더 낮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 정규직은 49.7에 불과했다.

임금 격차가 얼마나 큰지는 해외와 비교하면 극명히 드러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본(77.9%), 영국(76%), 미국(76%), 독일(73.9%), 캐나다(71.1%) 등 주요 선진국 중소기업 근로자는 대기업 임금의 70~80%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80% 이상 담당하는 中企

과거엔 달랐다. 1980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3% 수준에 불과했다. 대기업 임금의 97%를 중소기업 근로자가 받았다.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다. 노동운동이 강력하게 나타난 시기다. 대기업에 강성 노조가 결성돼 임금 인상 요구가 컸다. 이 시기를 전후해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급격히 올랐다. 노조가 근로자들을 규합해 처우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해외로 확장할 때여서 노조의 요구가 잘 받아들여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문제인 것은 일자리 비중에 있다. 일자리 대다수를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비중은 1980년 대략 반반 정도였다. 중소기업에 확 기운 것은 1990년 이후다. 1995년 중소기업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최근엔 80%를 웃돌고 있다.

◆“대기업 노조 기득권 타파해야”

중소·중견기업계의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대기업과 임금 격차 탓에 인력난이 해소될 조짐이 없다. 인재들이 오지 않으니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 혁신은 이뤄지지 않고 근무 조건은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기업 강성 노조의 기득권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끌어올려 중소기업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규직·대기업’과 ‘비정규직·중소기업’이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만들어낸 것도 대기업 노조라고 지목했다. 그는 “대기업 임금을 5년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인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외형을 키워 격차를 자연스럽게 해소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강 회장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만 없애도 고용과 임금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광/조아란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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