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총의 대기업 초임 인하 권고,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

입력 2017-03-02 17:51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첫해 연봉을 4000만원 이하로 하향 조정해 줄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초임(4350만원)이 중소기업(2490만원)의 1.75배로, 기록적인 차이로 벌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봉을 깎아 마련한 재원으로 채용을 더 늘리고,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 소망스럽다는 제안이다.

경총의 주문에는 수긍 가는 대목이 많다. 우리 대기업들의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높다는 분석까지 제기된 마당이니 어딘가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은행 통신 등 국가 면허 사업을 영위하는 과점적 대기업의 초임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쌓아준 진입장벽 뒤에서 ‘연봉 게임’이라는 비생산적 경쟁에 몰두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강성 ‘귀족 노조’가 진을 치고 있는 대기업들의 임금체계도 당연히 비정상적이다. 자해적 파업을 통해 억대 연봉을 챙기고, 경영에까지 개입하는 시대착오적 노동운동이 노동시장 전반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고임금 자체를 문제 삼는 듯한 인식은 우려스런 측면도 없지 않다. 임금 인하 주장이 좋은 일자리를 축출하고 중산층 형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우리가 지향할 방향은 높은 생산성과 고임금 사회다. 더구나 임금은 생산성에 상응하는 노동에 대한 보수이지 질시의 대상이 아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같은 회사 내 임금의 경직성이다. 너나없이 동일한 임금을 받는 지금과 같은 급여체계는 생산성과 보수를 유리시키는 제도다. 임금과 생산성이 인별로 일치하는 사내 임금의 유연성이 긴요하다. 그렇게 되면 기업 간 연봉 비교라는 사회주의적 충동이 줄어들 것이다.

고용시장의 글로벌화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5배를 주겠다는 중국 기업 등이 줄 서는 마당이다. 하향 평준화가 답일 수 없다. 생산성을 경쟁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고용시장의 자유화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에만 기대지 말고 기업들이라도 화석화되는 고용시장 재구축에 나서야 한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