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골프 규칙

입력 2017-03-03 17:26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골프 규칙이 33년 만에 대폭 간소화된다는 소식이다. 2019년 시행될 새 규칙은 우리나라 주말골퍼들에게는 이미 꽤 익숙하다. 이를테면 홀마다 퍼팅을 끝내고 홀아웃해야 했지만 주최 측이 정한 타수를 넘기면 바로 다음 홀로 이동하고, 공을 어깨높이에서 드롭하던 것도 1인치(2.54㎝) 높이에서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거리측정기도 허용된다.

무엇보다 늘어지는 경기시간을 줄이자는 취지다. 프로골퍼가 ‘양파(兩par: 홀 기준타의 두 배)’까지만 적게 된다면 다혈질 존 댈리처럼 한 홀에서 무려 18타를 치는 대참사도 사라질 것이다. 또한 주말골퍼처럼 치기 좋은 데 놓고 치고, 고의가 아니면 사소한 실수에도 벌타를 매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골프 규칙을 만드는 영·미 골프협회가 한국의 ‘DPGA(동네프로골프협회)’ 룰을 수용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복잡한 골프규칙의 원조는 1744년 스코틀랜드 리스에서 젠틀맨골프협회가 결성돼 만든 13개 조항이다. 최초 골프코스인 세인트앤드루스의 클럽회원 22명이 이를 보완했다. 이 클럽이 영국 왕실골프협회(R&A)로 발전해 1897년 체계적인 규칙을 공포함으로써 골프가 스포츠로서 면모를 갖췄다. R&A는 1894년 설립된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세계 공통의 골프룰을 확산했다.

하지만 골프 규칙은 서서히 불필요하게 복잡해졌다. 골프규칙 재정(裁定)집이 500쪽이 넘고, 판례는 1200여가지에 달한다. 규칙은 복잡할수록 안 지켜지는 법이다. 제대로 숙지하기도 어렵거니와 아마추어가 다 지키고 치면 100타 안에 들기도 쉽지 않다. 모처럼 비싼 돈 들여 필드에 나왔는데 기분 좋게 넘어가자는 대충주의가 만연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골프만큼 어려운 운동도 없다. 주말골퍼가 싱글 핸디캡(70대 타수)이 되려면 체력, 운동신경은 물론 노력, 열정, 정신력에다 시간, 돈까지 7박자를 갖추고 ‘몰빵’해야 할 정도다.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러니 평생 ‘백돌이’(100타)에서 맴도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테니스는 상대를 죽여야 이기지만 골프는 ‘나’를 죽여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한결 따스해진 햇살에 골프 마니아들이 설레는 계절이 돌아왔다. 골프룰이 간소화된다니 더 반가울 것이다. 하지만 골프규칙 1장이 에티켓이다. 규칙 준수, 타인 배려는 물론 복장과 행동까지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18홀을 돌다 보면 그 사람의 숨은 성격과 민낯까지 드러난다. 골프는 인생을 닮게 된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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