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스윙 따라잡기 (16)] 장타형 골퍼로 진화한 박인비의 ' 제자리 스윙'

입력 2017-03-06 17:57   수정 2017-05-25 16:08

수직으로 들어올리는 '느림보 백스윙'
일정한 임팩트 만들어줘 정확도 쑥~

클럽과 함께 몸통도 회전
체중이동 대부분은 임팩트 후에

세계랭킹 석달 만에 '톱10' 진입



[ 이관우 기자 ] “하체를 잡아놓고 하는 쇼트 어프로치 일관성이 정말 대단해요. 더 무서운 건 그녀의 스윙이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3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 출전한 박인비(29·KB금융그룹·사진)의 스윙을 보던 아니카 소렌스탐(47·스웨덴)은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LPGA 투어 통산 72승을 거둔 ‘원조 골프여제’가 박인비의 미래에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실제 박인비의 샷 통계지표를 보면 그의 예감은 크게 틀리지 않은 듯하다. ‘퍼팅 머신’으로 알려진 박인비지만 올 들어 더 눈길을 끄는 건 힘과 정교함이 모두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간 최다승(6승)을 올릴 때인 2013년 박인비의 비거리는 245야드 안팎에 불과했다. 드라이버 정확도도 50위권에 머물렀다. 대신 투어 랭킹 16위의 정교한 아이언과 1위인 퍼팅이 이를 완벽하게 보완해줬다.


하지만 올해는 비거리가 254야드대로 4년 새 10야드가량 늘었고, 정확도까지 2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쇼트게임 위주의 안정형 골퍼에서 롱게임의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장타형 골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압권은 지난 5일 18번째 우승트로피를 안겨준 HSBC위민스챔피언스 대회다. 나흘간 56개의 티샷을 평균 254야드가량 날려 딱 한 개를 제외한 55개를 페어웨이에 안착시켰다. 정확도가 98%다. 아이언 정확도 역시 89%를 찍었다. 골프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 ‘마법의 퍼팅’보다 실제로는 롱게임에서 더 빼어난 샷감을 과시한 것이다. 박인비는 4라운드 동안 117개의 퍼팅을 했다. 준우승한 에리야 쭈타누깐(115개)이나 단독 3위 박성현(109개)보다도 약간 많은 퍼팅 수다.

정확성과 파워는 하체의 좌우 이동이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제자리 스윙’에서 나온다. 거의 수직으로 천천히 들어올린 클럽 헤드를 몸통의 회전과 함께 공을 향해 찍어내리는 ‘해머링(hammering)’이 특징이다. 다운스윙은 백스윙 톱이 만들어지기 직전 엉덩이의 빠른 제자리 회전으로 시작된다. 이때 체중이동은 거의 없다. 임팩트 직전 오른발 뒤꿈치를 들어주는 것에서 체중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오히려 대부분 체중이동은 임팩트 이후 피니시를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이런 제자리 스윙은 일관된 임팩트를 만들기에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인비는 특히 임팩트 순간에 오른손이 왼손 위로 올라가는 ‘롤링’을 하지 않는다.

박인비는 “몸통을 클럽과 같이 돌려 클럽 헤드가 공과 직각으로 만나는 시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간다”고 말했다.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 클럽 헤드가 열리거나 닫히는 확률이 낮아 드라이버 샷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적은 이유다.

스윙 분석가인 디제이 트라한은 “선수마다 다양한 리듬과 템포가 있지만 수직으로 천천히 들어올리는 백스윙이 일정한 임팩트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인비는 6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지난주 12위보다 3계단 오른 9위에 올랐다. 2015년 10월까지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던 박인비는 지난해 손가락 부상과 올림픽 출전 준비 등으로 투어를 제대로 뛰지 못하면서 10위 밖으로 밀렸다가 3개월여 만에 다시 10위 안으로 진입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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