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단순한 상품 대신 라이프 스타일 판매…'기획을 파는 회사' CCC의 무한도전

입력 2017-03-16 16:02   수정 2017-03-17 11:21

Best Practice 컬처컨비니언스클럽

1983년 쓰타야서점 창업
커피 마시고 독서하는 공간에 레스토랑·갤러리까지 갖춘
새로운 형태 쇼룸 만들어 1400여개 프랜차이즈로 확장

적립포인트 사업 진출
1800만 쓰타야 고객 발판, 주유소·백화점과 제휴 확대
일본 인구의 절반 회원으로



[ 임근호 기자 ]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에 있는 쓰타야(屋) 서점은 2011년 문을 연 후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도쿄를 찾는 여행객에게 필수 방문지로 떠올랐고, 전 세계 출판업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한국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2015년 12월 내부를 새롭게 단장하자 ‘한국의 쓰타야’라는 소리를 들었다.

쓰타야 서점은 ‘라이프 스타일을 판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다. 단순히 책이나 CD, DVD 같은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쓰타야 다이칸야마점에는 아늑한 조명 아래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한쪽에는 스타벅스 커피숍이 있고, 다른 쪽에는 각종 잡지를 읽으면서 차나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바가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공간 자체를 즐기도록 꾸며졌다.

이 쓰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업체가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이다. 1년 연결 매출이 2016년 3월 끝난 회계연도 기준으로 2392억엔(약 2조3950억원)에 달한다. 서점 운영만 하는 게 아니다. T카드·T포인트라는 포인트 적립 사업을 하고 컨설팅도 한다. CCC를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이 “우리는 기획을 파는 회사”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의 비전은 ‘세계 제일의 기획사’, 미션은 ‘나를 재미있게 해주는 회사’다.

“라이프 스타일을 팝니다”

CCC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마스다 사장은 10년간의 의류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1983년 3월 오사카(阪府) 히라카타(枚方)에 쓰타야 1호점을 열었다. 책과 비디오, 레코드 등을 판매하거나 빌려주는 매장이었다. 32세였던 마스다는 100만엔의 자본금으로 1호점을 창업하면서 은행에 낸 대출 신청서에 “1980년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정보 제공 거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적었다. 처음 창업할 때부터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1호점을 개점하고 30년이 넘었지만 쓰타야가 파는 상품이 책이나 잡지, DVD, CD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쓰타야가 파는 것은 수많은 영화나 음악, 책에서 설명하는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라는 설명이다.

독특한 분위기의 서점·대여점으로 인기를 끌면서 그는 쓰타야를 프랜차이즈화하기로 결심했다. 이 사업을 위해 1985년 세운 회사가 CCC다. 쓰타야는 현재 일본 전역에 15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는데 직영점은 100개 정도다. 이 직영점의 주된 역할은 ‘쇼룸’이다. CCC가 직영점을 내면서 매번 새로운 인테리어와 콘셉트를 시도하면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이를 참고해 매장을 낸다. 마스다 사장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이 기획을 사지 않겠습니까? 대박날 겁니다!’라고 떠들며 사방팔방 뛰어다닌다면 과연 그 기획을 누군가 사줄까? 아마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가 생각해 낸 기획은 예를 들어서 이런 겁니다!’라고 제시할 수 있는 샘플이 필요했다.” 쓰타야 직영점이 바로 샘플이다.

쓰타야 다이칸야마점은 CCC가 수행한 수많은 기획을 집대성하기 위해 세워졌다. 4202㎡ 면적의 땅에 쓰타야 서점을 2층 높이 3개 건물로 세우고, 7349㎡ 땅에는 레스토랑, 갤러리, 자전거 전문점, 애견용품점 등을 독립된 건물로 배치했다. 이 전체가 ‘T사이트’라고 불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다이칸야마점의 선전 효과는 매우 컸다. 어느 날은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시 시장이 찾아와 “이런 책방을 꼭 다케오시에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CCC가 기획하고 위탁 운영을 맡은 다케오시립도서관이 2014년 4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다케오시 인구가 약 5만명인데 도서관 방문객은 연 100만명이 넘었다. 40만명은 다른 지역에서 왔다. ‘꼭 가봐야 할 이색 도서관’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서도 차를 끌고 찾아왔다. CCC는 스타벅스를 도서관 안에 열어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문 닫는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늦췄다. 연중무휴다.

“T카드·심야영업, 고객 생각하면 답 나와”

CCC는 여러 사업을 하고 있지만 서점 운영과 함께 큰 두 축을 이루는 것은 2003년 시작한 적립 포인트 사업이다. 쓰타야 대여 회원에게 발급한 카드가 1800만장에 이르면서 CCC는 이를 고객 관점에서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궁리했다. 마스다 사장만 해도 자신의 지갑에 여러 장의 포인트 카드가 있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일본 최대 주유소 체인인 ENEOS에 가서 “쓰타야 회원이 곧 2000만명”이라며 “쓰타야 회원에게 ENEOS 포인트를 적립해준다고 하면 바로 2000만명이 ENEOS 고객이 된다”고 제안했다. ENEOS 측은 수긍했고 그렇게 T카드가 탄생했다. 제휴 업체는 계속 늘어나 지금은 기타무라 카메라, 패밀리마트, 아식스, 미쓰코시백화점, 도토루커피숍, 롯데리아 등 100여개 업체가 T카드에 참여하고 있다. 다케오시립도서관도 T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T카드 회원은 작년 말 6132만명으로, 일본 인구의 약 절반이 이를 갖고 있는 셈이다.

마스다 사장은 “T카드에는 고객의 성별, 나이를 비롯해 자세한 개인 정보가 들어 있다”며 “덕분에 CCC는 생활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카드는 수익 추구에 앞서 고객의 편리함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쓰타야의 특징 중 하나인 심야 영업도 마찬가지다. 다이칸야마점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도쿄 번화가에 있는 롯폰기점은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문을 연다.

쓰타야는 고객을 대신해 책과 DVD, CD를 소유하고 있는 곳인 만큼 고객이 필요할 때 언제든 와서 꺼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스다 사장은 “쓰타야가 고객의 소유를 대행하는 곳이라면 영업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고객의 소유 개념이 확대되는 것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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