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김우중 "기업가들이 지갑 속 돈 세면 끝…해외시장 뚫는 성취감 몰두해야"

입력 2017-03-19 17:55  

대우그룹 창립 50주년 맞는 김우중 전 회장

삼성 취직 원하면서 이재용 구속시켜야 속 시원한가
겁없이 도전하고 미친듯이 일하는 청년사업가 육성이 꿈
대우의 성공과 실패가 위기 극복하는 밑거름 됐으면…

만난사람=고광철 한경BP 대표



[ 장창민 / 박재원 기자 ] ‘창조, 도전, 희생.’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81)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1999년 해체된 대우그룹의 사훈이었다. 대우그룹은 지금 없지만, 대우 정신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했다. 오는 22일 대우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역 부근에 있는 대우재단빌딩 18층 사무실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났다.

그는 “그룹 해체 후 17년 만인 지난해 새로 판 것”이라며 명함을 건넸다. 영문으로 대우(DAEWOO) 로고와 이름(Kim Woo Choong)을 새긴 명함이었다. 인터뷰는 두 시간가량 이어졌다. (주)대우 사장을 지낸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 배석해 김 전 회장의 인터뷰를 도왔다.


▷요즘 근황은 어떠십니까.

“주로 베트남에 머물며 글로벌 청년 사업가를 육성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하노이 외곽에 머물다가 한두 달에 한 번 한국에 들러 가족과 옛 대우맨들을 만나곤 하죠. 건강은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대우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999년 그룹이 해체된 것에 대한 회한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움은 있죠. 미완으로 끝난 세계경영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다만 지금도 창조, 도전, 희생이란 대우 정신은 유효하다고 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습니까.

“글쎄요. 1992년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일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국민차 사업에 힘들게 뛰어든 일이 눈에 선하네요. 부동산 사업가였던 도널드 트럼프와 만난 날도 잊을 수 없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러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1998년 트럼프를 처음 만났습니다. 잊을 수가 없죠. 왜냐하면 그날이 프로골퍼 박세리 선수가 US오픈에서 우승한 날이었으니까요. 대우건설이 벌이던 사업 때문에 처음 만났는데, 마침 TV에서 US오픈 결승전이 나오더라고요. 트럼프와 함께 박 선수의 우승 장면을 지켜봤죠. 트럼프를 한국에 초청한 적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한국에도 주상복합 빌딩을 지어야 한다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트럼프월드란 이름으로 빌딩 7곳을 지었습니다.”

▷시곗바늘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기업가의 길을 가겠습니까.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대우를 일구던 시절 1년에 평균 280일을 해외에서 뛰었습니다. 정말 미친 듯이 일했죠.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그럴 것입니다.”

▷대우그룹이 재계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1967년 대우실업을 세울 때만 해도 한국에는 해외에 제품을 팔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다들 한국에서 장사해 먹고살 생각만 했으니까요. 대우가 수출과 해외 현지 사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줬어요. 중동과 아프리카, 심지어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까지 들어가 사업을 했습니다. 남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다닌 셈이죠. 그게 대우 정신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업에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봅니다.”

▷세계경영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씀이네요.

“물론입니다. 1998년 기준으로 대우는 중국 인도 폴란드 베트남 등 589곳에 해외 법인과 지사, 연구소 등을 뒀습니다. 전 세계에서 15만명을 고용했죠.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해야만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세계경영이 재평가받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흘렀습니다. 역사적 재평가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대우의 성공과 실패를 교훈으로 삼았으면 해요. 경제가 어려운 요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적 자산이 되길 바랍니다.”

김 전 회장은 2011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등에서 ‘글로벌 청년 사업가 육성(GYBM)’ 사업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기 위해 김 전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일이다. 매년 한국에서 교육을 원하는 청년들을 선발해 현지에서 어학 및 직무·창업 교육 등을 하고 있다. ‘청년 김우중’ ‘제2의 김우중’을 키워내자는 게 김 전 회장의 생각이다.

▷GYBM 사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미완의 세계경영에서 시작됐다고 봐야겠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세계 각지에서 활동해야 한국의 미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실천할 방법을 찾다가 낸 아이디어입니다. 청년들에게 겁 없이 도전하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흔적’이 되길 바라는 측면도 있고요.”


▷교육을 마친 청년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베트남에서 2011년부터 시작해 벌써 6기생이 나왔습니다. 500명이 넘어요. 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직해 일하고 있습니다. 일부 창업한 경우도 있고요.”

▷‘제2의 김우중’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러길 바랍니다. 글로벌 청년 사업가의 최종 목표는 창업입니다. 교육을 거친 청년 사업가 중 직원 5만명, 10만명을 고용할 수 있는 제2의 김우중이 몇 사람만 나와도 나라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과거 수출 신화의 밑거름이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외환위기 이후 산업정책이 실종된 탓이 큽니다. 그때부터 금융과 정보기술(IT), 서비스산업에만 눈을 돌리고 제조업에 대한 국가 정책은 뒷전이었죠.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임금이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길 수밖에요. 삼성전자가 나중에 본사를 뉴욕으로 옮긴다고 하면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도 국가적 차원의 제조업 지원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기업가정신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창업 세대들이 대부분 세상을 떠났습니다. 2·3세들이 사업을 이어받았는데, 창업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강요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사업을 물려받아 경영하다 보니 사회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죠. 다만 기업가로서 끝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원칙은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업인이 지갑 속에 있는 돈만 세는 순간 끝입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 신기술과 신제품을 생산해내는 성취감에 몰두해야만 비로소 기업도 성장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 바람이 붑니다.

“요즘은 기업가가 존경은커녕 존중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업과 기업인을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어요. 자기 자식이 삼성전자에 취직하길 원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해야 속시원하다고 여기는 이율배반적 시각부터 버려야 해요. 기업인에게 특별대우는 아니더라도, 평균대우는 해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누가 한국에서 기업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국민이 김우중 전 회장을 어떤 기업인으로 기억해주길 바라십니까.

“대우의 성공과 실패는 역사 속에 남겠지요. 이젠 청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려고 애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김 전 회장은 2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리는 대우 창업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 기념식에는 전직 대우그룹 임직원 500여명이 모일 예정이다. 김 전 회장은 다음날인 23일 곧바로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그가 말한 마지막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다.

정리=장창민/박재원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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