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급격한 지출 증가 막을 방안 찾아야

입력 2017-03-21 17:47   수정 2017-03-22 11:18

건강보험 지출 2025년까지 연평균 8.7%↑…내년부터 수입보다 많아
고령화 따른 노인 진료비 급증 탓…적정 보험료 수준 논의해야
비급여 진료 증가로 보장률은 60% 초반…의료 양극화도 우려

김용하 <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



고령화 후폭풍에 휩쓸린 건강보험재정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추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적립금이 20조원에 이르렀지만 2018년에는 당해 연도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23년에는 소진된다고 한다. 건강보험은 당해 연도 재정 지출을 당해 연도 재정 수입으로 조달하는 예산 방식이기 때문에 재정수지 적자나 기금 소진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절하지는 않다.

통상적으로 지출이 늘어나면 이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인상해 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평가는 ‘적자’나 ‘기금 소진’의 문제가 아니라 지출 증가 속도가 부담 가능한 수준이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 추계 결과에 의하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2016년 이후 2025년까지 연평균 8.7%씩 늘어 2016년 52조6000억원이던 것이 2025년에는 111조60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경우 직장가입자 기준 건강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6.12%에서 2025년 8% 수준으로 인상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 없이 운영할 수 있겠지만 2025년께 건강보험료율 8% 수준이 적정한 것이냐는 판단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새삼스러운 전망은 아니다. 2013년 발표된 사회보장위원회의 보건부문 사회지출 장기 전망에 따르면 2015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인 보건 관련 지출이 2030년에는 7.5%, 2040년에는 9.9%, 2060년에는 13.0% 수준으로 증가한다. 보건부문 지출의 상당 부분이 건강보험 지출이라고 볼 때 건강보험 지출 증가는 진작부터 예견돼 왔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다소 안이하게 생각한 것은 최근 수년간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2000년 건강보험이 통합 체계로 출범한 이후 건강보험 지출은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수년 전 약가 인하 조치 등 재정 안정화 조치와 메르스 사태 등으로 최근 몇 년은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


평균수명보다 10년 낮은 건강수명

건강보험 지출의 빠른 증가세는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높은 노인 진료비 증가율에 기인한다.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는 2010년 14조516억원에서 2016년 25조187억원으로 늘어났다. 노인 진료비 비중은 2010년 32.2%에서 2016년 38.7%로 높아졌고, 2020년 45.6%, 2030년엔 65.4%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남성의 평균수명은 79세이고 여성의 평균수명은 85.2세지만 2065년에는 남성은 88.4세로, 여성은 91.6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오래 살아도 질병 없이 살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건강수명(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2013년 기준 남성 68.26세, 여성 72.05세다. 평균수명과 비교하면 거의 10년가량을 질병이 있는 상태로 산다는 것이므로 건강보험 재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폐질환 종양 관절염 등의 만성적인 내과 질환자와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뇌신경 질환자 등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평균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에 접근하고 건강수명은 이보다 10년 정도 낮은 한국의 현실로 볼 때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는 복지 지출이 너무 빨리 늘어나면 보장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복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는 데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보장률은 2014년 현재 63.2% 수준이다. 2006년 64.5%였던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낮아졌다. 정부가 2005년부터 5년에 한 번씩 건강보험 중기 보장성 강화 계획을 추진해 왔지만 보장성은 거의 요지부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보장률 수준인 80%대는 고사하고 70% 수준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중증질환 중심으로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쳤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지난 4년간 7657억원의 치료비용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으며 선택진료·상급병실·간병비 등 이른바 3대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한 노력도 이뤄졌다. 2016년에는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0년 이후 최대치인 11.4% 증가했다.

중증질환자 외에는 보장성 낮아

암환자 등 중증질환자의 보장성이 개선됐지만 전체적인 보장성은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법정 본인부담률 외에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비급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 의한 통제력이 약한 비급여를 중심으로 의료행위를 늘려 보장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상대적으로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으로 민영 보험사에서 운영하는 의료보험 가입이 늘어났으며 사적 의료보험료 부담이 급속히 증가했다. 민영 보험사가 운영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의 일부까지 보장해준다. 2015년 기준으로 3150만명 정도가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건강보험료 부담도 부담이거니와 건강보험 법정 본인 부담, 비급여 본인 부담에다 민간 의료보험료까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저소득 계층과의 의료 양극화 문제도 발생시키는 구조가 건강보험 재정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비급여에 대한 적절한 관리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의료기술 수준은 비용 대비 세계 최정상급이다. 의료 및 복지 선진국에 거주하는 동포들 다수가 귀국해서 검진받거나 진료받고 있는 정황이 우리의 의료보장 질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현재는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복잡한 비용지불 시스템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보장의 고효율성을 가능케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지속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건강보험 비용지불 시스템의 근간인 행위별 수가제가 유발하고 있는 건강보험 지출의 급속한 증가를 억제하는 방책과 건강보험 비급여에 대한 적절한 관리 등 건강보험을 둘러싼 제도적 요인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고령화에 따른 재정 지출 증가에 대응하는 길이다.

김용하 <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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