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점점 커지는 불확실성…피할 수 없다면 길들여라

입력 2017-03-23 18:53  

난센스

제이미 홈스 지음 /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404쪽│1만6000원

예측하기 어려운 현대사회
혼란 끝내려는 '종결욕구' 증가, 무모한 결정 내릴 위험 높아져

뛰어난 협상가는 모호성 통제
다른 관점에서 볼 기회로 삼아, 혁신능력·창의성으로 연결



[ 송태형 기자 ]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다. 기존 지식과 사고 체계로는 정보화와 세계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발전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가 버거워지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오래된 기존 질서 붕괴와 극도로 예측 불가능한 우리 시대의 본질이 결합된 무질서”라고 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제이미 홈스 연구원은 《난센스》에서 “불확실성을 통제하는 능력, 이해하지 못하는 모호한 대상을 다루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수많은 사회심리학과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와 실험 내용, 역사적 일화와 사례를 통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과 모호성에 숨겨진 장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불확실성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여기서 미국 심리학자 아리 크루글란스키가 주창한 심리학 용어인 ‘종결욕구(need for closure)’가 핵심 개념으로 등장한다. 종결욕구는 “어떤 주제에 대한 확실한 대답, 즉 혼란과 모호성을 없애주는 답변을 원하는 특별한 욕구”를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결하거나 말도 안 되는 상황, 즉 ‘난센스’에서 이치를 찾아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다른 심리적 특성과 마찬가지로 이 욕구 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직장에서 난제에 부딪혔을 때 퇴사를 결정하거나, 연인과 다툼이 반복될 때 대화보다는 이별을 택하는 등 고민을 가장 손쉬운 행동으로 해결하는 사람을 심리학자들은 종결욕구가 강한 성향으로 분류한다. 주변 상황이나 문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이 욕구는 변한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이거나 위협과 압박이 가해지면 종결욕구가 높아진다. 종결욕구가 강해진 상태에서 우리는 최선이라고 할 수 없는 첫 번째 결정에 집착하거나 고정관념으로 회귀하고, 이미 내린 선택과 모순되는 새로운 사실이나 정보를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성향을 보인다.

저자는 종결욕구에 도사리는 위험을 제4차 중동전쟁, 1993년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무장요원의 진압작전 때 발생한 다윗파 교도 인질 참사 등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제4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시리아의 초기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다. 이스라엘 군부의 핵심 인사로서 정보 분석을 담당한 엘리 제이라 소장과 요나 밴드만 중령에겐 지나친 자신감과 절대주의를 선호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이집트나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역량이나 야심이 없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이집트와 시리아의 군사행동 움직임과 관련된 증거와 정보들은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이를 배제한 분석 내용을 정책 입안자에게 보고했다. 이는 전쟁 초기 이스라엘의 큰 피해로 이어졌다.

높은 종결욕구가 무모한 결정이나 성급한 결론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발생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당사자들은 누락되거나 상충되는 정보를 다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협상가들이 특정한 사실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무리하게 해답을 찾으려고 할 때 실수가 발생한다. 뛰어난 협상가들은 ‘소극적 수용력’이란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소극적 수용력은 “불확실하고 이해할 수 없으며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성급하게 사실과 이유를 추궁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종결욕구가 높아지면 혁신 능력과 창의성도 저하된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거나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즈니스와 인간관계, 일상생활에서 종결욕구와 긴급성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태도와 도구, 제도적 장치 등을 제시한다. 이 중 간단한 한 가지 방법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점에서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을 의식적으로 검토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혁신과 창의성이 중요한 비즈니스와 교육, 예술 분야에서 모호성과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장점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모호한 상황에서 다양한 가능성에 인지적 관심을 열어두면서 불확실성을 견디는 최고경영자(CEO)의 능력이 기업 성공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라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기업들은 실패했을 때보다 성공했을 때 더욱 모호한 원인을 찾아내야 하며 불확실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흥미롭다. 예상치 못한 요인이 성공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성공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 문제들을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최초에 내놓은 제품이 크게 성공을 거뒀을 때 그 제품이 왜 그렇게 성공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상태에서 내놓는 두 번째 제품은 실패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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