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베스트셀러 '원더랜드' 저자 스티븐 존슨 "노는 즐거움에 빠져라…미래를 바꾸는 열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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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02 18:49  

[월요인터뷰] 베스트셀러 '원더랜드' 저자 스티븐 존슨 "노는 즐거움에 빠져라…미래를 바꾸는 열쇠도 거기에 있다"

포켓몬 잡는 게임이 증강현실 기폭제 됐듯
재미 추구는 생각보다 훨씬 생산적인 활동
몰입하는 힘이 한계 넘는 아이디어 낳아
백화점·영화관·컴퓨터 등 현대문명도 그 산물



[ 뉴욕=이심기 기자 ]
‘처음에는 ‘상상의 괴물’을 잡기 위해 거리를 달리는 아이들과 함께 시작됐다. 2016년 여름 증강현실(AR)은 그렇게 인류의 세계로 들어왔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일본 닌텐도사의 게임 포켓몬고를 미래에는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 20년쯤 뒤 우리가 증강현실을 통해 디지털 정보로 가득 찬 세계를 바라보면서 ‘출발점이 어디였지’라고 뒤돌아보면 ‘재미를 좇아 아이들이 시작한 게임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죠.” 뛰어난 과학저술가이자 미디어 전문가인 스티븐 존슨은 “인류의 발전을 불러온 혁신적인 발명 뒤에는 놀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한국에 서 출간된 저서 《원더랜드(Wonder Land)》(한경BP)에서 그가 담고자 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메일 인터뷰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포켓몬고는 단순한 게임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이유 없이 재미를 찾아 시작한 활동, 그것이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방식입니다. 포켓몬고는 놀이에서 어떻게 미래의 발전을 일깨워준 아이디어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가 될 겁니다.”

▷놀이가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입니까.

“그래요. 놀이는 미래의 획기적인 발전을 불러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류의 노력이 더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산업혁명을 일으킨 내연기관의 탄생이나 백신의 대량 생산법처럼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풀기 위한 집요한 노력의 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을 추구하기보다 개인적인 즐거움을 찾는 과정에서 독창적인 기술이 개발됐다는 증거도 많지요.”

▷일반적인 생각과는 많이 다릅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행위는 생각보다 훨씬 생산적입니다. 많은 중요한 혁신은 즐거움을 얻으려고 새로운 기술을 만지작거리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무엇이 사람을 몰입시키고, 오랜 시간 특정한 주제에 매달리게 하는지를 생각하세요.”

▷놀이가 현대세계를 창조했다는 겁니까.

“놀이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계는 영화관, 쇼핑몰 등 여가와 오락을 위한 경이적인 공간, 즉 ‘원더랜드’로 가득 차 있어요. 이 놀랍고 혁신적인 기술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분야에서 탄생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십시오.

“악기와 컴퓨터의 발명 사이에는 매혹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약 1000년 전 바그다드에서 개발된 자동 연주 피아노가 컴퓨터 탄생에 한몫했습니다. 일종의 프로그램 기계지요. 유쾌한, 새로운 소리에 대한 순수한 미학적 관심은 현대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진보 중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자동연주기는 방적기로, 건반악기는 키보드를 통해 디지털 혁명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맛을 추구하기 위한 향신료 찾기 욕망은 세계 무역으로 이어졌고 항해술의 발달과 신대륙 발견, 주식회사 탄생으로 연결됐다고 했다. 또 17세기 커피하우스는 영국의 거대 보험사 로이드 등 금융회사로 발전했고, 도박은 확률에 대한 연구를 거쳐 헤지펀드 탄생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까.

“사례를 수집하면서 책을 쓰기 위한 작업을 한 것은 20대 초반부터입니다. 백화점이 프랑스 파리에서 일종의 테마파크 콘셉트로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얘기를 접하고 흥미를 느꼈어요. 최초의 비디오게임인 ‘우주전쟁’이 1960년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대학원에 다닐 때 알았습니다. 거기서부터 책의 각 주제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지요.”

▷놀이의 관점에서 인류사를 보다니 흥미롭습니다.

“혁신은 즐거움으로 동기를 부여받은 결과물입니다. 사람들의 심미적인 욕망이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거의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결국 호모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네요.

“요한 하위징아(네덜란드 역사학자, 호모루덴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와 저는 놀이에 대해 조금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역사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는 분명 영감을 줬습니다.”

▷일과 놀이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영국 음악가인 브라이언 에노는 ‘예술은 우리가 할 필요가 없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놀이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즐겁기 때문에, 혹은 경이와 기쁨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놀이를 합니다.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즐겁게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릅니다. 우리는 체온을 유지하려고 음식을 섭취하거나 혹은 모자를 씁니다. 놀이는 이와 달리 ‘무엇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에요. 놀이는 아무런 실용적인 도움을 주지 않지만 수많은 시간을 거기에 쓰게 합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놀이는 시간 낭비”라 합니다.

“놀이는 효과가 큰 교육법입니다. 어릴 적 놀이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 어린이는 성인이 되면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게 됩니다.”

▷자녀가 세 명인데 같이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까.

“아이들은 모든 종류의 게임을 다 좋아합니다. 브리지 같은 보드게임과 카드게임을 많이 해요. 비디오게임도 즐기지요. 저도 함께합니다. 놀이는 그 자체로 놀라운 교육경험일 뿐만 아니라 많은 즐거움을 주지요. 창의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암기와 반복학습을 강조합니다.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그런 방식의 교육이 도움이 되겠죠. 변화가 상시적이고, 미래는 현재와 다를 뿐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면 놀이가 잠재력을 키우는 훨씬 훌륭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더랜드》를 읽는 것이 게임만큼 즐거울까요.

“《원더랜드》는 위인전이 아닙니다. 책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아이디어예요. 특출한 발명과 혁신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발전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작가로서 책 쓰기는 일입니까, 놀이입니까.

“이번이 열 권째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약 2년마다 한 권씩 썼습니다. 다음 책 초안도 이미 마쳤습니다. 그다음에 나올 책도 준비 중이에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책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분출했고, 다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원더랜드》에는 수많은 사례가 나옵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찾는 데 몇 주가 걸렸습니다. 직접 도서관을 찾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요즘은 인터넷과 전자책 덕분에 이런 작업은 매우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요.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세계, 바로 원더랜드에 살고 있습니다. 미래를 바꾸는 놀이의 즐거움에 빠지세요.”

■《원더랜드》 어떤 책인가
알려지지 않은 놀이의 역사 추적 "즐거움의 가치 과소평가돼" 주장

놀이와 재미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스티븐 존슨이 2014년 낸 저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의 속편이다. 현대사회를 이끈 여섯 가지 혁신을 다뤘다. 음악과 패션, 맛, 오락 등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탄생했다는 주장이다.

대량 소비사회의 시작이 된 백화점도 지금의 테마파크와 같은 원더랜드로 시작했고, 이후 정가제와 신용결제 서비스 도입에 힘입어 초대형 쇼핑몰과 도시 발전의 매개체가 됐다. 영화, 컴퓨터와 인공지능, 로봇의 탄생 역시 거슬러 올라가면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려는 도전이 있었다.

재미는 인류의 삶을 바꾼 위대한 아이디어를 낳았다. 그동안 우리는 놀이와 즐거움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

미래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인류가 어떤 삶을 누릴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인간이 노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알려지지 않았던 놀이의 역사를 추적해 밝혀낸 저자의 결론이다.

■ 스티븐 존슨은

뉴스위크가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한 과학저술가이자 미디어 전문가. 2001년 낸 《이머전스》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또 다른 대표작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아마존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와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웹매거진 피드(FEED)를 공동 창간하고 편집장을 지냈다. 인터넷 포럼 사이트 플라스틱닷컴을 개설했다.

기술과 사회, 문화 트렌드를 심층 분석한 기사로 명성이 높은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자이면서 온라인 도시지리정보 포털사이트 아웃사이드인을 운영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1968년 미국 워싱턴DC 출생
△브라운대 현대문화미디어학과 기호학 전공
△컬럼비아대 영문학 석사
△컬럼비아대, 뉴욕대 객원교수
△웹매거진 피드 창간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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