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월드] 도요타, 바이오연료 기술로 철 없는 딸기 만들다

입력 2017-04-07 16:45  

[ 김동욱 기자 ]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자동차 업체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된 ‘가이젠(제조방식 개선)’을 농업 분야에 확대 적용하면서다. 도요타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딸기 품종 개량. 딸기는 고온이 지속되면 열매를 맺지 않는다. 딸기 수요가 몰리는 여름과 가을철에 생산이 급감하는 단점을 딸기의 유전공학적인 프로세스 개선으로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고가격 고급 딸기 수요가 기술 자극

아사히신문은 지난 1일 “도요타가 딸기 품종 개량을 가속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딸기에도 (도요타의 간판 제조개혁 방식인) 가이젠이 도입됐다”고 보도했다. 도요타가 딸기 품종 개량에까지 발을 넓히게 된 디딤돌은 바이오연료 개발을 위해 사탕수수 유전자를 연구한 경험이다. 바이오에탄올 제조에 적합한 사탕수수 품종을 개발하려고 쌓은 기술을 고수익 농작물 개발로 확대했다.

도요타가 주목한 것은 고급 딸기 수요와 높은 가격이었다. 지난해 12월 오사카 중앙도매시장에서 도쿠시마농협이 출하한 ‘사쿠라복숭아딸기’ 한 상자는 10만엔(약 99만6000원)에 팔렸다. 그만큼 고품질 딸기에 대한 일본 소비자 수요가 많다.

딸기 수요는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 반면 공급 시기는 12~5월에 집중돼 있다. 딸기는 흰가루병이나 곰팡이 등 여름철 주로 퍼지는 질병에 약하고, 고온이 지속되면 꽃이 피지 않아 열매를 맺지 않기 때문이다. 딸기 가격이 치솟는 7~10월에는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오연료 기술을 농업으로 확장

도요타는 사탕수수 유전자 분석에 적용한 ‘DNA마이크로어레인지’ 기술을 응용해 딸기의 유전적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 딸기 게놈구조가 복잡한 탓에 기존의 단순한 DNA마커 기술로는 유전적 특성을 파악해 품종을 개량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동안 가이젠을 통해 자동차 제조공정을 철저히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고, 균일한 품질관리를 이뤘듯이 유전공학에서도 문제 파악을 위한 정확한 도구를 갖춘 셈이다.

사탕수수 유전자 분석에 사용한 기술을 활용해 짧은 시간에 질병에 강하고, 1년에 여러 번 수확할 수 있으며, 고온에도 잘 적응하는 품종의 유전자를 발견해 표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병충해 저항성과 고온 적응성을 판별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품종 개발 재배면적도 기존의 3분의 1로 줄어든다. 새 품종 개발에 필요한 교배를 거듭할 때 당초 계획대로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떡잎 등 초기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업분야 혁신까지 담당

가이젠은 1980~1990년대 도요타가 도입했다. 20세기 초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한 분업화를 지칭하는 ‘포디즘(미국 포드자동차가 최초로 도입한 대량생산 방식)’ 이후 최고의 제조업 생산방식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끊임없는 작업 공정 개선과 부품의 적시(JIT) 공급, 낭비와 비효율 제거가 가이젠의 주축을 이룬다.일본 언론들은 신속하고 정확한 유전자 분석으로 신품종 개량의 효율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요타의 이번 성과를 제조업에 가이젠을 도입했을 당시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딸기는 봄이 제철이라는 상식에서 벗어나 성수기인 여름과 가을에도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농업 분야의 ‘의식 전환’과 ‘역량 강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도요타의 농업 분야 혁신 덕분에 1년 내내 맛있는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하라 야스히로 도요타바이오녹화연구소 연구원은 “도요타의 유전자 파악 기술로 5년은 걸렸을 신품종 후보 구체화가 2년 반 정도로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한국경제신문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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