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와 IT 융합, 대세는 막을 수 없다

입력 2017-04-09 17:16  

의료영리화 프레임 갇힌 원격진료
세계는 달리는 데 한국은 뒷걸음질
국민건강 위해 확대실시 서둘러야

방문규 < 보건복지부 차관 >



며칠 전 ‘원격의료, 한발도 못 나가는 복지부’라는 언론의 지적이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의사단체 눈치를 보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이다.

원격의료는 의료서비스가 어려운 지역에 의료혜택을 제공해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도 원격의료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의료영리화라는 오해로 인해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 왔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다양하게 수행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참여한 환자들의 약에 대한 순응도나 진료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필자는 지난 2월 최전방 부대의 원격의료 현장을 방문했다. 한 병사가 화상시스템을 통해 경기 성남 의료종합상황센터에 있는 군의관의 진찰을 받았다. 의무병은 군의관 지시에 따라 전자청진기, 검진용 스코프를 이용해 편도와 인후, 고막을 살폈다. 화면상으로도 환자 상태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고 군의관이 없는 부대에서도 이런 장비를 통해 일선 병사를 진찰할 수 있었다.

장애인 원격의료 시범사업 현장에서는 그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신마비인 중증 장애인은 간단한 검사를 할 때도 구급차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해 준다. 도서·벽지, 격오지 군부대, 원양선박 등 지리적으로 접근이 어렵거나 중증 장애인 등 이동에 제한을 받는 환자는 기존 시스템만으로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이들에게는 원격의료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간 시범사업 지역과 대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2014년에는 18개소 800여명의 환자가 참여했지만, 작년 말에는 420개소 약 1만2000명이 혜택을 받았다.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취약지 원격의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의료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개정안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도서벽지와 같은 의료취약지역과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2010년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후 큰 진전이 없었다. 2014년에는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도 발생했다. 그러던 중 원격의료에 관한 법안심의가 지난달 22일 상임위에서 법안 발의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국회 논의를 개시한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의료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혈압과 혈당 같은 생체 수치를 쉽게 측정할 수 있고 해외에선 초음파 영상이나 안구를 촬영해 의료진에게 전송도 한다. 이미 인공지능(AI)이 질병을 진단하는 데 활용되고 있고, 건강관리 앱도 많이 상용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의료와 정보기술(IT) 융합은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원격의료를 부분 실시해 오다 2015년 8월 전면 실시로 전환했다. 독일에서는 작년부터 E-헬스법이 발효돼 화상진료에 대한 수가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영국도 치매,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7대 원격의료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혁신을 해나가고 있다.

의료와 IT융합의 확산 추세는 막을 수 없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강하고,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의료계, 관련 분야 전문가 모두 협력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방문규 < 보건복지부 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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