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혁명
호드 립스·멜바 컬만 지음 / 박세연 옮김 / 더퀘스트 /472쪽 / 1만9000원
AI·로봇공학 융합한 무인자동차 '지능형 이동로봇'으로 진화
산업·일상·사회구조 뒤바꿔
무인택시 상용화땐 '편의성 혁명'…개인정보 유출은 과제로 남아
[ 송태형 기자 ]
지난해 9월14일 미국 피츠버그 거리에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의 택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 지붕에 범상치 않은 장치가 달린 것을 제외하고는 겉모습은 일반 택시와 다를 게 없었다. 특이한 점은 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호출한 승객을 태우고 스스로 거리를 누볐다. 우버가 현장테스트에 처음으로 투입한 자율운행 택시였다. 운전기사가 없는 ‘무인 우버 택시’의 전 단계 모델이다.
우버는 이후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미국 전역으로 자율운행 택시 시범운행을 확대했다. 교통국 규정 위반,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자율주행 우버 택시’는 영화나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던 무인자동차가 코앞의 일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자율주행혁명》은 오랫동안 공상과학(SF)영화 등 판타지 세상에 갇혀 있던 무인자동차를 현실세계로 끄집어내고 있는 혁신적 기술을 자세히 살펴본다. 자율주행차가 관련 산업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사회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AI) 연구 권위자인 호드 립슨 미국 컬럼비아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혁신기술 분야 파워블로거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멜바 컬만이 함께 썼다.
저자들에게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다. 바퀴 달린 지능형 이동 로봇이자,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올 혁신적 기계다. 립슨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잠재적 파괴력을 가진 여러 신기술 가운데 시장을 완전히 뒤엎을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우리 세대가 살아생전에 상용화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AI와 로봇공학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공학자들에게 바퀴 로봇은 다관절 로봇보다 개발하기 쉬운 대상이다. 걷거나 뛰거나 기어오르는 것보다 바퀴로 구르는 것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훨씬 단순하고 쉽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필요한 건 네 바퀴와 브레이크, 운전대 정도다.
자동차산업으로 들어온 정보기술(IT)은 궁극적으로 운전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이 AI다. 도로와 같이 예측하기 힘든 환경에서 인간 못지않게 안전하게 주행하는 능력을 자동차에 부여한 기술적 돌파구는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 ‘딥 러닝’이었다. 구글 알파고에 적용된 핵심 기술로 주목받은 딥 러닝은 자동차에 시각 기능을 선사함으로써 주위 사물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게 했다.
저자들은 무인 자동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자리를 점차 빼앗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과 로봇이 수십 년간 도로를 공유하겠지만 결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봇이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지배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동 수단이 점차 자동화된 맞춤형 서비스로 바뀌며 사람과 물건을 나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저자들은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를 고루 살핀다. 무인자동차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은 물론 출퇴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에 살 것인지, 어디서 쇼핑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운전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활동으로 바뀐다. 주차장이 사라지고, 차량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설정해 이동이 더 편해지면서 도시 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인간의 부주의와 실수로 연간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교통사고가 급감하고, 도로 체증이 완화되고, 환경오염이 줄어든다.
혁신적 기술로 인한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부작용과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율주행 트럭과 택시의 등장으로 실업은 이미 당면한 문제다. 수많은 트럭·택시기사가 직장을 잃을 것이다. 버스보다 저렴한 맞춤형 무인택시 서비스가 자리잡으면 대중교통은 매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으면 무인자동차 이용 승객은 안전과 편의성을 얻는 대신 프라이버시를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 보험과 정비업계는 서비스 재편 과정에서 일대 혼란을 겪을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이 모두 융합되는 총체적 대상이다.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하고 따져봐야 할 법·윤리·철학적 문제도 많다. 저자들은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풍부한 기회뿐 아니라 당면할 잠재적 문제까지 비중있게 진단한다. 성큼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차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합리적 판단을 도울 훌륭한 안내서가 될 만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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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드 립스·멜바 컬만 지음 / 박세연 옮김 / 더퀘스트 /472쪽 / 1만9000원
AI·로봇공학 융합한 무인자동차 '지능형 이동로봇'으로 진화
산업·일상·사회구조 뒤바꿔
무인택시 상용화땐 '편의성 혁명'…개인정보 유출은 과제로 남아
[ 송태형 기자 ]
지난해 9월14일 미국 피츠버그 거리에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의 택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 지붕에 범상치 않은 장치가 달린 것을 제외하고는 겉모습은 일반 택시와 다를 게 없었다. 특이한 점은 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차량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호출한 승객을 태우고 스스로 거리를 누볐다. 우버가 현장테스트에 처음으로 투입한 자율운행 택시였다. 운전기사가 없는 ‘무인 우버 택시’의 전 단계 모델이다.
우버는 이후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미국 전역으로 자율운행 택시 시범운행을 확대했다. 교통국 규정 위반, 차량 충돌 사고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자율주행 우버 택시’는 영화나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던 무인자동차가 코앞의 일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자율주행혁명》은 오랫동안 공상과학(SF)영화 등 판타지 세상에 갇혀 있던 무인자동차를 현실세계로 끄집어내고 있는 혁신적 기술을 자세히 살펴본다. 자율주행차가 관련 산업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사회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전망한다. 인공지능(AI) 연구 권위자인 호드 립슨 미국 컬럼비아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혁신기술 분야 파워블로거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멜바 컬만이 함께 썼다.저자들에게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다. 바퀴 달린 지능형 이동 로봇이자,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올 혁신적 기계다. 립슨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잠재적 파괴력을 가진 여러 신기술 가운데 시장을 완전히 뒤엎을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우리 세대가 살아생전에 상용화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AI와 로봇공학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자동차는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공학자들에게 바퀴 로봇은 다관절 로봇보다 개발하기 쉬운 대상이다. 걷거나 뛰거나 기어오르는 것보다 바퀴로 구르는 것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훨씬 단순하고 쉽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필요한 건 네 바퀴와 브레이크, 운전대 정도다.자동차산업으로 들어온 정보기술(IT)은 궁극적으로 운전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이 AI다. 도로와 같이 예측하기 힘든 환경에서 인간 못지않게 안전하게 주행하는 능력을 자동차에 부여한 기술적 돌파구는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 ‘딥 러닝’이었다. 구글 알파고에 적용된 핵심 기술로 주목받은 딥 러닝은 자동차에 시각 기능을 선사함으로써 주위 사물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게 했다.
저자들은 무인 자동차가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자리를 점차 빼앗을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과 로봇이 수십 년간 도로를 공유하겠지만 결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봇이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이 지배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동 수단이 점차 자동화된 맞춤형 서비스로 바뀌며 사람과 물건을 나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저자들은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를 고루 살핀다. 무인자동차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은 물론 출퇴근을 어떻게 할 것인지, 어디에 살 것인지, 어디서 쇼핑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운전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활동으로 바뀐다. 주차장이 사라지고, 차량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설정해 이동이 더 편해지면서 도시 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인간의 부주의와 실수로 연간 1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교통사고가 급감하고, 도로 체증이 완화되고, 환경오염이 줄어든다.
혁신적 기술로 인한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부작용과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율주행 트럭과 택시의 등장으로 실업은 이미 당면한 문제다. 수많은 트럭·택시기사가 직장을 잃을 것이다. 버스보다 저렴한 맞춤형 무인택시 서비스가 자리잡으면 대중교통은 매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으면 무인자동차 이용 승객은 안전과 편의성을 얻는 대신 프라이버시를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 보험과 정비업계는 서비스 재편 과정에서 일대 혼란을 겪을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광범위한 변화를 이끌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이 모두 융합되는 총체적 대상이다.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하고 따져봐야 할 법·윤리·철학적 문제도 많다. 저자들은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풍부한 기회뿐 아니라 당면할 잠재적 문제까지 비중있게 진단한다. 성큼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차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합리적 판단을 도울 훌륭한 안내서가 될 만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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