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리뷰] '지렁이'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할…분노의 파고

입력 2017-04-14 07:47   수정 2017-04-14 08:40

영화 '지렁이' 학교 폭력·장애인 차별 등 실화 모티브
윤학렬 감독 "사회적 문제 공론화 될 수 있길"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고 했다. 추악한 현실 앞에 사회적 약자가 저항하는 순간을 윤학렬 감독이 '지렁이'를 통해 담아냈다.

영화는 평범한 아버지와 딸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색안경을 끼고 들여다보면 온전하지 못한 것 투성이다. 편부 가정, 장애인 아빠, 그리고 가난.

측은하게 느껴질 만한 환경인데도 아버지 원술(김정균)과 딸 자야(오예설)에게는 웃음이 있다. 매일 소박한 저녁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그들은 행복하다.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교회 성가대에서 배운 노래로 자야는 금수저들이 다니는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불우한 환경으로 레슨조차 받기 힘들었지만 자야에게는 하늘이 준 선물,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동급생들의 시기 어린 질투는 결국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고 만다. 권력은 언제나 있는 자들의 편이었다. 피해자인 자야는 가해자로 둔갑되고 부당한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끔찍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다. 결국 자야는 가슴 아픈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만다.

아빠 원술은 자야를 위해서라면 무릎을 꿇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원술은 성치 못한 몸으로 진실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아무도 뇌성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지렁이'의 연출을 맡은 윤학렬 감독은 지난 13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자행되어 온 폭력과 차별에 대해 토로했다.

윤학렬 감독은 “일주일에 2.2명의 청소년이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의 문제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 학교 폭력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아버지라는 심정으로 만들었다"라며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뇌성마비를 앓는 아버지 역을 연기한 김정균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내 "내가 지렁이 역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너스레를 떨다가도 "촬영하면서 행복하고 또 소름이 끼쳤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김정균은 "배우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대중에게 감화를 주고 싶었다"라며 "이번 연기를 위해 어금니도 뽑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화 '판도라'를 통해 눈도장을 받은 신예 오예설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장애를 지닌 아버지의 버팀목 자야 역을 충분히 소화했다. 또 당찬 여고생이 끔찍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면서 흐르는 감정선을 심도 있게 표현했다.

오예설은 "힘들었지만 사명감이 있었다"라며 "영화를 촬영하면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처음 느끼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또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 힘들었지만 김정균과 윤학렬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인사했다.

윤학렬 감독은 전작 '철가방 우수氏'를 통해 기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안겼다.

영화 '지렁이'는 더 이상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될 사회 문제에 대해 대중이 똑바로 마주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상영시간 102분, 오는 20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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