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17일(05:4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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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1조원에 가까운 자산유동화증권(ABS)이 유동성 위기에 불을 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한 단계만 떨어지더라도 관련 기초자산(장래매출채권)에서 나오는 현금을 일정기간 가져가지 못하는 계약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발행잔액 기준 모두 9134억원어치 ABS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신용등급 하락 시 일부 계약조항의 자동 발동(rating trigger)’을 약속했다.
ABS 투자자들(제1종 수익권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할 때까지 해당 장래매출채권에서 나오는 잉여 현금을 아시아나항공이 가져가지 못한다(제2종 수익권 가지급 중단)는 내용이다. 발동 조건은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떨어뜨린 경우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신용을 가장 낮게 평가한 곳은 한국기업평가로 계약 자동발동 조건보다 불과 한 단계 위인 ‘BBB-(안정적)’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일반적으로 조달하는 현금의 수 배 가치를 지닌 장래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제공하고 ABS를 발행한다. 가령 4년 동안 2조원 유입이 예상되는 ‘장래 항공권 신용카드 판매대금 채권’을 특정 은행에 위탁한 뒤 4000억원어치 4년 만기 ABS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수탁은행은 해당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을 우선 ABS 투자자 원리금 분할상환 재원으로 쌓고 남는 현금이 있으면 아시아나항공에 돌려준다.
시장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등으로 항공산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일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등 국내 8개 증권사는 아시아나항공의 올 1분기 연결 매출이 1조43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줄고, 영업이익은 280억원으로 52.3% 급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 항공사들의 시장 진입으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 등 LCC와의 경쟁이 극심한 노선에서 여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올리고 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도 커졌다. KB증권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연료비 부담이 작년 1분기보다 249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상황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공모 회사채시장 참여자들이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ABS 기초자산에서 나오던 현금흐름마저 줄어들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1년6개월 만기 회사채 발행에 나섰으나 400억원 모집에 30억원의 청약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후 부족자금은 만기가 짧은 전자단기사채와 사모 회사채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달 말 아시아나항공의 별도 차입금은 4조2723억원에 달한다.
신용등급 악화는 유일한 장기 조달 수단인 ABS 추가 발행에도 차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은 ABS 발행으로 지난해 총 53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올 2월에도 2940원을 확보했다. 오는 21일엔 40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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