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소수의견] "미세먼지 중국 탓 할 때가 아니다"

입력 2017-05-05 10:00   수정 2017-05-08 18:49

대기환경 전문가 김신도 서울시립대 교수 인터뷰
"지금 필요한 건 발원지 규명보다 실질적 저감대책"



[김봉구의 소수의견]은 통념이나 대세와 거리가 있더라도 일리 있는 주장, 되새겨볼 만한 의견을 소개하는 기획인터뷰입니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작은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계절의 여왕 오월, 어린이날, 황금연휴… 나들이 가기에 이만한 때가 없다. 집 나서는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주범은 미세먼지. 오랜만의 외출에 들뜬 아이에게 마스크 씌우는 부모 마음도 애처롭다. ‘중국 때문이라던데…’ 애꿎은 서쪽 하늘을 쳐다보며 원망하는 심정이 되었다.

때마침 대부분 미세먼지가 ‘외국산’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환경부는 국내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이 최대 86%에 달한다는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서울시도 초미세먼지(PM-2.5)가 심할수록 국외 영향이 컸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실상 중국을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그래서요?”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사진)가 대뜸 되물었다. “중국 탓이 크다고 하면 달라지는 게 있습니까? 미세먼지가 줄어드나요?” 지난 4일 서울시립대 제1공학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비유와 설명을 번갈아가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우리가 매일 미세먼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중요해요. 대책부터 세워야죠.”

- 중국 영향이 큰 것 아닌가?

“중국 영향이 없다는 게 아니다. 있다. 중국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 대목에서는 이미 결론이 났다. 지금 중요한 건 다음 단계다. 중국 탓이다, 아니다 따지기보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그에 따른 대책은 무엇인지가 핵심이다.”

- 미세먼지 원인부터 분석하는 의미가 있지 않나.

“지금 연구들 초점이 두 가지다. 첫째,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얼마나 오는지 밝히겠다는 것. 둘째, 이를 토대로 미세먼지 예·경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답답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첫째, 수치 정확히 알면 어떡할 거냐. 둘째, ‘내일 중국에서 옵니다, 미세먼지 심합니다’ 그렇게 예·경보하면 대책은 있느냐.”

- 진단보다 처방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중국만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거다. 자, 감기가 심하다. 병원에 갔다. 그런데 의사가 ‘아, 이건 옆집에서 감염된 거예요’ 이런 얘기만 하면 뭐하나. 그런다고 낫나? 아니잖나. 지금은 주사 놓고 약 지어줘야 할 때다.”

- 비상 상황에는 비상 행동이 필요하다는 거구나.

“미세먼지 문제가 굉장히 시급하다. 대책을 세우는 단계를 넘어 ‘실행’해야 한다. 액션을 취해야 하는 시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실질적 대책은 아무것도 없이 중국 탓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지금 연구들이 전혀 쓸모없다는 게 아니다. 단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 서울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자체 영향 22%, 서울 외의 국내 다른 지역 영향 23%, 그리고 국외 영향이 55%다. 중국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수백㎞ 이상 거리가 있는데 이토록 국외 영향이 큰 이유는 뭔가.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국외 영향이 큰 걸로 나온다. 그런데 농도가 낮은 날은 오히려 국내 영향이 크다. 이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다. 그런데도 미세먼지 농도 높은 날 데이터에 집중해 국외 영향이 크다고만 설명하면 곤란하다.”

-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미세먼지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다. 현재 정부가 잡고 있는 데이터는 실제의 50% 미만일 것이다. 한데 그 데이터를 100%로 잡고 원인과 대책을 내놓으니 안 맞는 부분이 생긴다. 그러면서 자꾸 말을 바꾸면 어떻게 믿겠나. 미세먼지는 자동차 매연 때문이라더니 작년에는 고등어 탓을, 올해는 중국 탓을 하고 있으니.”

-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느낌이다.

“환경부가 10년 전에는 자동차 배출 영향이 85%나 된다고 했다. 그때보다 자동차 수가 줄었나? 아니다. 그럼 외부 요인 변화가 없는데 비중은 왜 급격히 떨어졌을까.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공장, 발전소 같은 곳 외에도 공사장, 노천 소각, 일반 가정 등 분명히 미세먼지가 발생하는데 통계로 잡지 않는 요인이 많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중국을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아왔다. 중국 영향이 30~50% 정도 된다고 통계를 냈다. 사실 국경 없이 흘러 다니는 대기의 특성상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 모델링을 통해 나름의 측정과 추정을 할 뿐이다. 학술적으로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 영향을 60~80%대까지 높여 잡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건 문제다. 모델링과 측정이 정밀하게 이뤄졌는지도 의심스럽거니와, 정말 그 정도로 중국 영향이 절대적이라면 국내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탈출구도 해결책도 사라지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이 지점을 우려했다.

- 다른 대책 필요 없고 중국 대책을 세우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구가 자전하는 한 북서풍이 불게 되어있다. 우리나라 서쪽에 사막과 중국이 있으니 황사와 미세먼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떡하겠나, 지구를 세울 수도 없고(웃음). 물론 우리와 인접한 중국 동쪽 해안지역 공장들 배출 기준을 국제 수준에 맞춰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 중국에만 요구할 일인가.

“아니다. 거리상으로 가까운 북한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이북에는 민둥산도 많다고 하니까.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분석·판단해야 중국에도 합당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겠지.”

- 우리 스스로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단순하다.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여야 오염도가 낮아진다. 왕도는 없다. 너무 먼 얘기 하지 말고,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자. 지금 당장 물 한 모금이 절실한데 저기까지 가면 우물이 있다는 건 의미가 없다.”

-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와 닿지 않는데.

“정부가 한다는 차량 2부제를 예로 들자. 미세먼지 심한 날에 하겠다는 건데, 거꾸로다. 데이터 상으로는 그렇다. 미세먼지 심한 날은 국외 영향이 크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국내에서 차량 2부제 해봤자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 차라리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날 2부제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국내 영향이 큰 걸로 나오니까.”

- 그러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자. 거시적으로는 국내 환경산업을 살려야 한다. 아무도 환경산업 한다는 사람이 없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국내 기술은 미세먼지를 95% 제거하는데 해외 선진국 기술은 99%까지 처리한다. 우리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그래야지. 단 수준이 좀 낮다고 해서 손 놓고 있지 말고, 상황이 급하니 일단 기술을 실생활에 쓰면서 연구도 병행하자는 얘기다. 4%포인트 차이가 그렇게 큰가?”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실질적 저감대책이 필요하다. 국내 미세먼지 방지장치 수준이 약간 떨어져도 일단 활용부터 하자는 거다. 비싸도 수준 높은 기술을 써야겠다면 정부가 지원해주는 방안도 있다.”

- 전기차 살 때 보조금 지원하는 것처럼.

“그렇다. 뭐가 됐든 하자. 중국 탓할 때가 아니다. 중국은 앞으로 5년간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10조 원 정도 투입하는 걸로 안다. 우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세먼지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다. ‘고등어 논란’에서 보듯 일상에서도 배출된다. 자동차 배기가스뿐 아니라 차량이 노면을 주행하면서 일으키는 먼지도 포함된다. 과학기술 발달로 나노 단위까지 볼 수 있게 되면서 원래 존재하던 미세먼지를 ‘발견’한 셈이다. 근본적 배출 원인은 에너지 과다소비에서 찾을 수 있다. 두 가지 요인의 결합이 지금 우리 눈앞의 미세먼지 문제를 만들어냈다.

- 미세먼지는 왜 문제인가.

“육안으로 안 보이던 게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발암물질의 일종이라고 하니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폐암 사망자가 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폐암이 많아진 건 기본적으로 마시는 공기가 나빠지고 있음을 뜻한다.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다.”

- 미세먼지라면 무조건 나쁜 것인지.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것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좋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무기질 계통이라든지. 요는 ‘유해한 미세먼지’가 많아진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 소비 행태와 직결된다. 인간이 편하게 살기 위해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악성 미세먼지가 더 많이 배출되고 있다.”

- 미세먼지는 싫지만 편리함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인간은 이율배반적이다. 편리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전기를 많이 쓰고 싶다면 도시 한가운데 발전소를 지어야지. 마찬가지로 환경처리시설이 들어간다면 양보해야 할 텐데 그건 싫어한다. 모두의 희생과 배려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 못한다. 뿌연 하늘 보고 살 수밖에.”

- 도덕론보다 방법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맞다. 미세먼지 측정장치나 공기청정기 있는 집이 생각보다 많더라. 개인이 대비를 하는 건데 거꾸로 정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미 미세먼지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걱정하는 중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는 정부가 방법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기상예보가 자꾸 틀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 왔는데 또 틀렸다. 슈퍼컴퓨터에 넣을 데이터가 없다는 거다. 운영할 인력도 없고. 그래서 전문인력을 키운다. 그런데 다 길러놓으면 기계가 구식이 되는 식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데이터 먼저 구축하고 운영인력을 양성한 다음에 슈퍼컴퓨터를 들여왔으면 적시에 쓸 수 있었겠지. 이처럼 정부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전체 로드맵을 그리면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 담당 공무원부터 너무 자주 바뀐다.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환경 분야는 정책 효과가 늦게 나타난다. 정책을 실행한 뒤 추적하면서 효과를 검증하고 잘되면 확산, 아니면 수정·보완해야 하는데 자꾸 기존 정책은 폐기하고 새 정책만 낸다.”

- 일관성과 지속성. 매번 나오는 지적이다.

“우리가 해외 사례 참고해 시도는 많이 해봤다. 정착시켜 우리 것으로 만들고 지속적 정책을 펴나갈 때가 됐다. 또 하나, 데이터를 오픈해야 한다. 툭하면 대외비다. 그러고선 다른 데서 자료 나오면 ‘너희 자료는 잘못 됐어’ 이런다. 소모적이다. 서로 개방·공유·참고·협력해야 한다.”

- 대통령 후보들의 미세먼지 대책은 어떻게 보나.

“누구의 어떤 공약이 좋다, 나쁘다 할 필요는 없고. 후보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 노력하겠다는 점에서 평가하고 싶다. 당선 후 그 마음 변하지 않고 실천해주길 당부한다. 미세먼지 문제는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다. 급하게 해결하려 하면 종착역까지 못 간다. 길게 보고 모두 함께 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일상에서의 팁부터 달라고 했다. “미세먼지 심한 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오후 시간대 2~3차례 환기해 실내 공기를 깨끗이 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린이날 오전 8시, 서울의 미세먼지(PM-10)는 다행히 25개 전체 자치구에서 ‘보통’ 수준을 유지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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