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선임기자의 Edge]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본 기업은 기술자 네트워크로 승부 건다

입력 2017-05-17 17:46   수정 2017-05-18 05:16

'메이드 인 재팬'의 부활


[ 오춘호 기자 ]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매년 발간하는 ‘모노즈쿠리 백서’(2016년판)는 해외에서 일본으로 유턴한 뒤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요다공업을 들고 있다. 지요다공업은 자동차 시트프레임에 들어가는 금형 제조기업이다. 2006년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을 옮겨 하이테크 금형을 값싸게 생산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금형제품을 거래처에 납품하기 위해선 고급 기술자의 손길이 필요했다. 일본인 기술자가 베트남 현지 공장에 들어가야 했다. 줄어든 생산 비용보다는 일본인 기술자의 왕래 비용이 오히려 더 많았다. 일본에 있는 거래처와 차세대 기술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에 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뒤처질 것이라는 반성이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유턴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거진 급격한 엔화 강세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속속 빠져나간 이후 6년 만의 일이었다. 2015년 닛산자동차를 비롯해 혼다, 파나소닉, 캐논 등 대표 제조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일본으로 다시 가져온다는 소식이 다른 기업의 유턴을 가속화시켰다.

물론 처음에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 현상이 원인이었다. 중국과 아시아 국가의 인건비 급등도 영향을 미쳤다. 회귀한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들렸을 때가 이쯤이었다. 혼다의 부품 제조업체 게힌은 유턴으로 중국에 공장을 뒀을 때보다 인력이 4분의 1로 줄어들었고 생산성은 다섯 배 정도 높아졌다고 뽐냈다.

하지만 최근 일본 기업의 유턴은 다른 차원이다. 사물인터넷(IoT)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더 이상 원가를 절감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 기업 경쟁력을 찾을 수 없다는 소리가 들린다. 새로운 제품, 유일한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고도로 숙련된 지식인과 기술자가 구축하는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한 때다. 지난해 경제산업성 설문조사에서도 해외 공장을 보유한 기업들이 일본 내에서 생산하는 데 가장 큰 이점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거래처 개발단계에서 참여할 수 있다’는 대답도 많이 나왔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고도의 클러스터와 기술특구, 경제특구에 대한 전략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에서 잃어버린 주도권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금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내심 한국 타도, 미국 타도를 목표로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주도권을 쥐겠다는 복심도 엿보인다. 지요다공업의 회귀가 단순하게 읽히지 않는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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