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5000개 육성"…베트남, 동남아 '창업 메카'로 뜬다

입력 2017-05-21 19:54   수정 2017-05-22 17:21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 박동휘 기자 ]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호락 하이테크 파크’. ‘베트남의 미래’로 불리는 이곳엔 991만7355㎡(약 300만평) 규모 부지에 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중국 창업의 심장인 선전시가 벤치마킹 모델이다.

하노이 정부는 호락파크에 글로벌 연구소와 대학들을 유치해 ‘벤처 천국’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이를 위해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다. 하노이 노동사회대 관계자는 “하노이 시내에 있는 대학들을 모두 호락파크로 옮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호락파크에 입주할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와 대학 간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에서다.

◆창업에 공들이는 베트남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창업 메카’로 변신 중이다.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2017년을 스타트업의 해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2020년까지 5000개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베트남 내 기업 수는 약 60만 개다. 한국(370여만 개, 작년 말 기준)의 6분의 1 수준이다. 소수의 국영기업이 오랫동안 각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탓이다. 최근 10년 내 많이 생기긴 했지만 대부분 외자기업이다. 자생 기업의 부족은 1986년 ‘도이모이’라 불리는 개혁·개방정책을 실행한 이후 베트남 정부가 줄곧 고민해 온 문제다.

이런 배경에서 베트남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병철 호찌민 총영사관 상무관은 “성(城)별로 할당량이 내려갔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펀드 규모 제한도 없앴다. 펀드 등록은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 후 3일 안에 허가해주는 식이다.

작년 5월 삼성, 롯데, 한화, CJ 등 국내 대기업 7곳의 오너가 서울에서 딘라탕 호찌민 당서기와 면담했을 때의 일화는 베트남 정부가 창업에 얼마나 관심이 깊은지 보여준다. 당시 한화가 호찌민에 창업지원센터를 짓겠다고 하자 베트남 고위층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면담에 참석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만 나중에 다시 보자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롯데 베트남 법인이 지난해 창업보육 전문법인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호찌민에 세운 것도 베트남 정부의 의욕과 창업 열기를 겨냥했다.

◆해외 벤처펀드도 관심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신생 벤처는 1500개 정도로 추정된다. 규모 면에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역내 3~4위권이다.

베트남 주요 대도시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창업 전용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하노이시는 올초 동다성 쟝버 거리 185에 인큐베이터 파크를 개장했다. 부떤끙 하노이 정보통신 센터장은 “하노이를 창의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최대 경제 도시인 호찌민시엔 스타트업들이 모여 같이 일하는 공동 사무공간이 등장했다. 드림플렉스가 대표적이다. 드림플렉스는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설 이용자의 대다수가 30대 이하 청년 창업가다.

호찌민에 진출한 국내 사모펀드 스틱인베스트의 배선한 전무는 “한화로 몇백만원만 지원해도 창업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선다”며 “인구 1억 명에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에 미치는 베트남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외국계 스타트업 전문 펀드도 베트남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테슬라에 투자했던 미국 벤처캐피털 회사 DFJ는 현지 비나캐피털과 합작해 DFJ비나캐피털을 설립했다. 떤쫑푹 DFJ비나캐피털 대표는 “하루에도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된 면담을 수십 차례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현지 온라인 영어학원인 엔쿠루에 4만달러(약 10억동)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지 인큐베이터인 트로피카파운더 조사에 따르면 2014년 28건이던 스타트업 투자가 2015년에는 130% 늘어난 67건으로 파악됐다. 베트남에서 스타트업에 특화된 펀드는 사이버에이전트벤처, 500스타트업 베트남, 시드펀드 등 30개 정도로 파악된다.

◆저임금 제조업 탈피해야

베트남 정부가 창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두 가지 측면 때문이다. 첫 번째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다. 베트남은 실업률이 3% 미만으로 고용시장이 안정돼 있지만 대부분 저임금 노동이다.

응우옌반다오 하노이대 바이오테크놀로지학과 교수는 “외국 자본이 투자한 제조 공장은 월급이 많아야 400달러 정도”라며 “고급인력 양성은 베트남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단순 제조업 중심의 발전 전략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서비스업 등 창업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 관계자는 “삼성이 베트남 현지업체에 부품 조달률을 현재 10%에서 20%로 올려달라고 해도 역량이 안된다”며 “오히려 중국 자본이 진출해 삼성 등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체들은 일본을 악착같이 모방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중국도 짝퉁을 수없이 만들며 세계 1위 제품을 개발했다”며 “베트남엔 수많은 외국 공장이 들어와 있어도 TV, 휴대폰 짝퉁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 만큼 베트남 창업시장에서 한국 창업가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하노이에 고급 커피 전문점을 설립한 A사 대표는 “베트남에서 성공한 브랜드는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베 공동 창업을 통해 동남아 내수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호찌민·하노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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