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과한 욕심?’ PEF의 무리한 공모가 산정 논란

입력 2017-05-24 18:56  

이 기사는 05월23일(04:1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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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기업공개(IPO)에서 무리한 공모가 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ING생명보험과 삼양옵틱스가 각각 유가와 코스닥시장의 첫 사례로 등장했다. 그러나 PEF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주력하면서 시장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관전평이다.

22일 삼양옵틱스는 공모가를 희망가 범위(1만6700~2만600원)의 최하단인 1만6700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공모가 확정의 전(前) 단계인 수요예측 분위기와 동떨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18~1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참여 수량의 79.2%가 '1만6700원 미만이 적정한 가격'이라고 써냈다. 다수가 희망가격을 받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이럴 경우 공모가를 희망가보다 낮추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삼양옵틱스는 그러지 않았다.

이는 삼양옵틱스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PEF인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의 심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추측이다. 삼양옵틱스의 IPO를 통해 VIG파트너스가 보유 지분의 40%(400만주)를 구주매출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인만큼 시장 수요에 맞춰 공모가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모가를 낮출수록 회수하는 자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VIG파트너스는 2013년 삼양옵틱스를 약 680억원에 인수했다. 구주매출을 통해 668억원을 회수하게 됐다. 또 최근 3년간 배당금으로 322억원을 받아가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양상은 ING생명보험의 IPO에서도 드러났다. ING생명의 공모가는 희망가 범위(3만1500~4만원)의 하단 수준인 3만3000원으로 결정됐다. ING생명 역시 수요예측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고 공모가를 산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체 수요예측 경쟁률이 3.97대 1로 저조했고 국내 기관투자가들만의 신청으로 경쟁률을 산정하면 0.73대 1에 그쳤다. 그럼에도 희망가 범위 안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그 결과 일반투자자의 청약경쟁률은 0.82대 1로 미달사태를 빚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두산밥캣 이후 6개월 만에 청약 미달이 난 것이다. 반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40.85%인 3350만주를 구주매출해 1조1055억원을 회수했다. 지난 11일 상장한 ING생명보험은 22일 공모가보다 6.8% 낮은 3만750원으로 장을 마치면서 시장의 싸늘한 반응을 맞이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PEF가 100% 주주인 기업의 IPO에서 엇박자가 나올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PEF는 상장을 통한 성공적인 엑시트가 목적이기 때문에 이익 극대화에 치중한다. 수요예측 분위기가 좋지 않아도 공모가를 양보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시장에서는 신주 발행이 없는 상장이기 때문에 회사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없어 기업 발전에 큰 도움이 안되는 IPO라는 점, 상장 후 PEF가 보유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어 경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점 등을 들며 공모가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공모물량이 많아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문제가 있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ING생명과 삼양옵틱스 모두 공모물량이 전체 주식수의 40%대인데 이는 상장 직후 매도 가능하다. 신주를 발행하는 IPO의 경우에는 공모물량이 보통 20%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사 측은 높은 배당성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ING생명은 상장 전 기업설명(IR) 당시 5~6% 대의 시가배당률을 강조했다. 삼양옵틱스 또한 공모가를 기준으로 7% 대의 배당수익률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자들 대부분이 상장 직후 차익실현에 나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결국 PEF가 원하는 가격에 보유 주식을 내다파는 IPO에 그칠 뿐 시장 참여자에게는 '매력 없는' 딜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PEF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IPO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을 계기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상장 후 남은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해도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PEF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상장 후 주가관리에 실패할 경우 전체 공모주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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