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애플·삼성이 '타이어'에서 배워야 할 교훈

입력 2017-06-09 10:33  

column of the week - 앤디 케슬러 작가·전 헤지펀드 매니저

획기적 기술 래디얼 타이어가 타이어 시장을 석권했어도
사람들이 더 많은 타이어 안 사

PC·태블릿·스마트폰 등 소비자들 구매욕 자극 못해

실리콘밸리 CEO들 고심 커져



[ 김현석 기자 ]
잘나가는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뭘까.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나 ‘워너크라이’와 같은 랜섬웨어의 공격, 혹은 마크 저커버그의 클론에 의해 공격받는 게 아니다. 바로 래디얼 타이어다.

1970년 무렵까지 모든 차와 트럭은 바이어스 타이어를 사용했다. 내부의 나일론 벨트가 주행 방향과 30~45도 비스듬히 기울어지게 배치된 제품이다.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고, 옆부분에 가해지는 충격에 강한 장점이 있었다. 다만 내구성이 낮아 1만2000마일(1만9300㎞)마다 교체해야 했다.

이후 래디얼 타이어가 나왔다. 미쉐린타이어에 의해 1949년 발명된 래디얼 타이어는 내부의 강철 벨트가 주행 방향과 90도 각도로 들어간 제품이다. 폭을 넓게 만들 수 있었고 열도 잘 발산해 좀 더 안전했다. 제조비가 약간 더 높았지만, 4만 마일 이상 달릴 수 있었다.

래디얼 타이어가 장착된 최초의 미국 차는 1970년 ‘링컨 컨티넨탈’이었다. 4년 후 굿이어타이어는 래디얼 타이어만 만들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늦었던 다른 타이어 회사들은 혹독한 값을 치렀다. 10년이 흐르자 타이어 시장엔 래디얼 타이어만 팔렸다.

실리콘밸리로 돌아가보자. 1980~1990년대 기술이 급속히 발전할 당시, 컴퓨터는 순식간에 뒤처져 마치 일회용처럼 쓰였다.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컴퓨터를 바꿔야 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이 느려지자 컴퓨터 교체도 줄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더 오래 컴퓨터를 썼고, PC 수요는 감소했다. 1991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래디얼 타이어가 발명됐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차를 몰고 다니진 않았다”며 “우리도 PC 생산을 줄여야 할 것이고 타이어 업계처럼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도 “광섬유나 무선통신에 대해 읽을 때마다 ‘마치 래디얼 타이어 얘기처럼 들리는군’이라고 혼잣말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래디얼 타이어가 내구성을 네 배 높였다고 사람들이 네 배 더 많이 주행했을까. 아니다. 더 많이 운전한 게 아니라 그만큼 타이어를 덜 샀다”고 그는 설명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1년 PC 판매량은 3억6500만 대였다. 그게 정점이었다. 5년이 지난 2016년 30%가량 줄어든 2억6000만 대의 PC가 출하됐다. 몇 년 전 샀던 PC는 여전히 잘 돌아간다. 기술 회사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및 음성 인식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지만, 여전히 PC 성능 향상과 제조비 절감을 위해 노력 중이다.

태블릿 컴퓨터가 PC 쇠퇴의 일부 원인이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태블릿도 순식간에 정점을 맞았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아이패드를 선보였고, 2014년 6800만 대를 팔았다. 하지만 지난해 애플은 겨우 4500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올해 판매량은 더 줄고 있다. 태블릿은 쉽게 닳아없어지지 않고, 새 태블릿은 업그레이드할 만큼 멋지지 않다. 래디얼 타이어와 비슷하다.

스마트폰의 상황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이폰은 2007년 출시됐다. 컴퓨터에 유리를 덧붙이고 손가락 터치로 움직일 수 있게 한 아이폰은 사람들의 인식을 확 바꿨다. 이후 애플은 더 큰 화면, 더 나은 그래픽, 멋진 디자인, 지문 센서, 전면 카메라, 압력 감지 디스플레이 및 음성 인식 기능을 추가했다. 작년 7월까지 아이폰은 누적으로 10억 대가 판매됐다. 그중 상당수는 기존 고객이 업그레이드를 위해 교체한 수요였다.

이런 아이폰의 판매도 2015년부터 늘지 않고 있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은 2년이 아니라 3~4년씩 쓰고 바꿔도 될 만큼 괜찮다. 아마 올가을 출시될 10주년 기념작 ‘아이폰8’ 소식을 들어봤을 것이다. 업계에선 삼성 갤럭시S8의 엣지 디스플레이와 같은 멋진 기능을 갖췄을 것으로 관측한다. 하지만 잊지 마라. 그런 S8도 출시 첫 달 500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2014년 갤럭시S4가 첫 달 1000만 대 판매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어쩌면 아이폰8은 멋진 새 기능을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웹사이트 맥루머스(MacRumors)에 따르면 아이폰8은 무선충전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3차원 적외선 센서가 달린 카메라를 통해 얼굴 인식, 홍채 인식, 증강현실(AR) 기능을 제공한다. 이런 게 아이폰 사용자들의 하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킬까. 아이폰8은 1000달러 수준에 출시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쓰고 있는 아이폰7을 마치 새것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는 엄청난 가격이다.

PC에서 봤듯 기술의 진보는 계속될 것이고,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다. 아마존 에코, 구글 홈, 혹은 애플이 새로 내놓을 시리 홈 등 음성 인식 플랫폼은 날마다 발전하고 있다. 아마 곧 스마트폰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스크린이 필요없어져 과거 모토로라 플립폰이 컴백할 수도 있다. 마침내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나온다면, 래디얼이든 아니든 타이어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원제=Tech’s Radial Tire Lesson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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