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잘아는 대주주 IMM PE의 맞춤전략 주효
이 기사는 06월12일(14:4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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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는 느닷없이 커피 프랜차이즈들끼리 자리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새로 이전한 기금운용본부 건물의 커피숍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서였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주변 지역에 이미 입점을 준비하던 스타벅스를 뺀 대부분의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신청서를 냈다.
기금운용본부와 바로 옆 건물을 쓰는 국민연금공단 본부 임직원 수를 모두 합해봐야 600여명 남짓. 도시 만큼의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인데도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국민연금의 이름값 때문이었다. 5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글로벌 5대 큰손으로 불린다.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국민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이사는 ‘자본시장 대통령’으로까지 불린다. 그런 곳에 처음 들어서는 커피숍이니만큼 프랜차이즈들이 탐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재고객을 고려하면 더욱 놓쳐선 안되는 자리였다. 국민연금의 투자를 받기 위해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의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사모펀드(PEF) 임직원들이 몰려드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을 때에도 주변의 커피빈과 스타벅스는 국내외 투자거물의 대기장소로 유명했다. ‘커피빈 신사동지점에 가면 세계 4대 자산운용사 주요 임원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였다.
공모 끝에 ‘자본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숍’ 간판은 고급 커피 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가 달게 됐다. 국민연금을 가장 잘 아는 커피 사업자라는 점이 승리 비결이었다. 할리스의 대주주는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IMM이다. IMM은 국민연금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주요 운용사다. 지난해 국내 PEF 사상 최대 규모(1조2500억원)로 만든 3호 블라인드펀드(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투자금을 모집하는 펀드)에도 2500억원을 투자받았다. 국민연금을 자주 드나들었을 IMM은 본부 입점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커피 사업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맞춤형 전략을 총동원했다.
주변에 식당이 없는 점을 고려해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메뉴를 추가했고 공공기관 특유의 딱딱함을 없애기 위해 박공구조(내부공간이 단조롭지 않도록 지붕 등 재미있는 구조물을 넣은 인테리어)를 채택했다. 외부 파라솔·테이블 세트를 제공하고 수익 일부를 장애인 복지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것도 국민연금에 먹혀들만한 제안이었다. 임직원 할인제도도 할리스커피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입주직원에 10% 내외의 할인혜택을 주는 것은 대부분 비슷했다. 할리스커피는 여기에 더해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인 아메리카노의 가격을 4100원에서 2900원으로 낮췄다. 기금운용본부 직원은 “국민연금 본부 건물에서 운영하는 카페의 아메리카노가 2000원인 점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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