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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무상교육과 옛 추억

입력 2017-06-18 18:11  

함영주 < KEB하나은행장 hana001@hanafn.com >


무상교육과 반값등록금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불현듯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학교 납부금과 관련한 가슴 아픈 이야기다.

그 돈을 내지 못했던 필자는 담임 선생님께 교무실로 불려가 지휘봉으로 머리를 맞고 다음날까지 꼭 갖고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 형편에 돈이 당장 구해질 리가 없었다. 돈을 안 주면 학교 안 가겠다고 버티던 필자의 등을 어머니는 가볍게 때리며 다음 장날까지는 꼭 마련해 줄 테니 얼른 학교 가라고 필자를 싸리문 밖으로 내모셨지만, 선생님 얼굴이 떠올라 학교로 가지 못했다. 무작정 뒷동산에 올라 집 마당으로 돌을 던지며 철없는 시위를 하니, 어머니는 “이놈 고집 못 꺾는다”며 아주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이 집 저 집 돈을 빌리러 다니셨다. 세 번째 집에서 겨우 어렵게 빌린 돈을 어머니가 내 손에 쥐여주시고 나서야, 선생님께 혼나지 않겠다는 안도감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죄송함이 밀려왔다. 그 시절에도 무상교육이나 반값등록금 같은 복지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세월이 지나 되돌아보니 가난했던 시골 소년을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그런 아픈 기억이었다. 남들보다 부족했고 가난했기 때문에 더 절실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 어머니 희생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손으로 돈을 벌어 야간대학 공부를 마쳤고, 은행에 들어와서도 남들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영업 현장을 뛰었다. 오히려 좋은 환경에 있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안주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지금에 와선 남들보다 어려웠던 결핍의 환경이 인생의 약이 됐다는 생각마저 든다.

은행장이 되고 젊은 대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런 자리에서 으레 필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어쩔 수 없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어려움을 ‘도약의 기회’로 삼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가난했던 시골 소년의 절박한 이야기가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일부 젊은이의 상황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가난했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필자의 젊은 시절과 비교해보면, 희망마저 잃고 좌절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지 않은지 걱정이다. 그래서 더더욱 젊은이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현재의 ‘결핍’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도구로 삼아달라고, 현재의 어려움에 절망하고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말이다. 그것이 무상교육 등 복지를 확대하고 있는 국가에 보답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함영주 < KEB하나은행장 hana001@hanaf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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