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선 박수 받고, 한국선 퇴짜 맞은 한진 호텔사업

입력 2017-06-26 17:28   수정 2017-06-27 07:45

한진그룹이 미국 LA에 10억달러(약 1조1385억원)를 투자해 건립한 호텔복합시설 윌셔그랜드센터가 지난 23일 문을 열었다. 저층부의 컨벤션센터와 첨단 사무실, 고층부의 인터컨티넨탈호텔이 함께 들어선 미 서부 최고층 빌딩이다. 1700여 개의 고정 일자리와 매년 1600만달러 이상의 세(稅) 수입을 LA시에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개관식에서 “서울 송현동에도 호텔부터 시작해 한국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는 문화복합센터를 만들려고 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한진그룹이 경복궁 옆 종로구 송현동 부지 3만6642㎡(약 1만1000평)에 복합문화시설과 7성급 한옥 호텔을 함께 지으려던 계획이 각종 규제와 반대 여론 때문에 표류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다.

한진그룹 사례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진은 LA 윌셔그랜드센터 개발에 나서기 1년 전인 2008년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학교 인근 200m 안에 화장장, 가스저장소, 호텔 등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정한 학교보건법에 발목이 잡혔다. 특급호텔을 화장장, 가스저장소와 같은 ‘교육 유해 시설물’로 정한 법규 때문에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2015년 가까스로 학교 인근의 호텔 설립을 완화하는 관광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엔 ‘특혜 시비’를 거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에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이 겹치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결국 한진은 호텔 건립을 유보한 채 문화융합센터로 방향을 틀었지만 사업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LA에서는 시정부 지원을 받아 얼마든지 가능한 호텔 설립이 서울에서는 9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더 많이 창출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 효과는 서비스업이 16.7명으로 제조업(8.8명)의 두 배 수준이다. 제조 분야 수출 대기업을 겁박한다고 좋은 일자리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5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일자리가 최소 15만 개 생긴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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