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4차 산업혁명 시대, 소비자에게 유익한 게 무엇인지 고민부터 해야"

입력 2017-06-29 16:52  

토마스 그리스 아헨공대 교수·김소연 NRW인베스트 한국대표부 대표 특별대담



[ 김낙훈 기자 ]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연방주는 독일 최대 산업지역이다. 본 쾰른 뒤셀도르프 도르트문트 등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NRW 서쪽 끝 아헨에 아헨공대가 있다. ‘독일의 MIT(미국 매사추세츠공대)’로 불리는 유럽 최대의 공과대학으로 약 4만5000명의 학생이 다닌다. 이곳에는 260개 연구소가 있다. 기업과 협력해 시장성이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아헨공대는 제조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을 주도하는 곳 중 하나다. 아헨공대 내 섬유기술연구소(ITA)는 아디다스의 스마트공장인 ‘스피드팩토리’ 구축을 지원했다. 이달 초 업무차 아헨을 방문한 김소연 독일 NRW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가 이 대학의 토마스 그리스 교수와 대담을 했다. 아헨공대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섬유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그리스 교수는 한국의 연구소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학자다.

▷김소연 대표=독일은 한때 ‘유럽의 병자’라고 불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유럽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의 한 축에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추진했던 노동시장개혁정책이, 다른 한 축에 국가 주도의 첨단과학기술전략인 ‘하이테크전략 2020’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스 교수=하이테크전략 2020의 결과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 4.0)’이 나왔습니다. 이 전략은 부처 간 협업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주제 범위가 넓어 부처 통합적으로 추진됐습니다. 이 전략의 중요한 요소가 학제 간, 부처 간 협력입니다. 독일은 교육연구부와 경제에너지부가 함께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했고, 이에 대한 비전을 갖고 액션플랜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에서 9월4일 ‘인더스트리 4.0 콘퍼런스’가 열릴 예정인데, 한·독 공동으로 개최하는 최초의 ‘인더스트리 4.0 콘퍼런스’입니다. 독일 공학한림원과 한국 공학한림원이 공동 주관하며 독일의 ‘국가 플랫폼 4.0’ 차원에서 열리는 회의입니다.

▷김 대표=최근 가동에 들어간 아디다스의 스마트공장인 ‘스피드팩토리’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고임금 국가인 독일에서도 신발 제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더스트리 4.0에 어떤 잠재력이 숨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교수=인더스트리 4.0이 무엇인가 질문해 본다면, 이것이 어떤 장점을 갖고, 얼마나 더 빠르게,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고객에게 얼마나 더 많은 효용을 가져다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기술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 욕구(니즈)에 집중해 고객에게 ‘더 개별적으로’ ‘더 빠르게’를 실현해주는 것이 가장 높은 효용가치라고 판단했고 그 결과로 스피드팩토리 콘셉트를 도출한 것입니다. 인더스트리 4.0을 논하면서 대부분 ‘디지털화가 중요하다’ ‘생산기술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이보다는 ‘고객에게 유익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김 대표=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에서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가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그리스 교수=섬유생산공정 기술을 중점 개발했습니다. 신발 상단부는 섬유로 구성됩니다. 중요한 것은 개별 디자인이 사이즈별로 잘 연결되고 고객의 발에 잘 맞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 외에도 여러 파트너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들은 컴퓨터 디자인을 이용한 신발 콘셉트 구성, 자동화기술을 디지털로 네트워킹하는 기술 등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2016년 12월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에 최초의 데모공장을 설립했습니다.

▷김 대표=스마트공장을 구현하려면 사물인터넷, 센서, 공장자동화, 로봇, 빅데이터 등 수많은 기술이 필요한데 어떤 업체나 연구소가 관여했나요.

▷그리스 교수=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로는 아디다스 외에도 상위 레벨의 연결 및 네트워킹과 소프트웨어를 담당한 포르티스, 자동화 조립 및 제조를 담당한 KSL, 공정기술과 센서기술을 개발한 우리 섬유기술연구소 등이 있습니다. 아디다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쾌적한 매장에서 사이즈 측정과 패턴 디자인 등을 고를 수 있게 했습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이 생산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든 셈입니다.

▷김 대표=아헨공대에서 추진 중인 ‘텍스트로닉스(Textronics)’라는 게 있지요. 전자공학과 섬유의 합성어로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스마트 섬유’라는 말을 쓰는 듯합니다.

▷그리스 교수=스마트 섬유가 처음 유행한 것은 10여 년 전입니다. 이때 많은 데모프로젝트가 실험실에서 수동으로 제작됐고, 그 기능들이 증명됐습니다. 하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섬유에 전자기술을 통합시킬 수 있는 생산기술이 없었고 적용 사례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 텍스트로닉스를 구현할 ‘드림투랩투팹(Dream2Lab2Fab)’의 아이디어에 대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과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드림투랩투팹’은 어떤 뜻이고 현재 어떤 단계에 있나요.

▷그리스 교수=“아이디어를 연구실에만 머물도록 하지 않고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생산까지 나아가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품 개발뿐 아니라 자동화된 생산기술 개발이 핵심입니다. 이는 산학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독일은 아헨공대, 한국은 성균관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랩에 필요한 장비들을 지원했고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독일의 드림투랩투팹이 2016년 11월 아헨의 새 건물에 입주했습니다.

▷그리스 교수=드림투랩투팹은 차세대 디지털화에 전념하는 기술개발센터인 DCC센터(Digital Capability Center) 내에 들어섰습니다. 이에 따라 제품 개발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곳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창업 기업 등을 위한 공간도 있습니다. 오는 9월6일 안산의 경기테크노파크 내에 ‘드림투랩투팹 텍스트로닉스’ 한국 측 공동연구소가 문을 엽니다. 진정한 의미의 ‘한·독 공동 산학협력연구’의 서막이 오르게 됩니다. 2년 안에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을 위한 독립 건물을 독일과 한국에 각각 세운다는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파트너들과 함께 추진 중입니다. 드림투랩투팹 텍스트로닉스의 목표는 복합적인 생산시스템 및 맞춤형 제품에 대한 독일의 역량과 마이크로전자공학(마이크로일렉트로닉)과 소비재 대량생산기술을 갖춘 한국의 역량을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연구소를 구축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미 첫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미래 성과가 기대되는 프로젝트 로드맵이 구축돼 있습니다.

▷김 대표=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협력을 추진 중인가요.

▷그리스 교수=아헨공대는 섬유기술연구소를 비롯해 많은 연구소들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혁신제품과 이에 필요한 생산기술을 한국 파트너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봅시다. 우선 자동차산업의 탄소섬유강화 합성수지 분야에서 우리는 쌍용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트렁크 덮개를 개발했습니다. 한국탄소융합기술원(KCTECH), 전주시 그리고 아헨공대 섬유기술연구소가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새로운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데모프로젝트는 2016년 JEC박람회에서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와 한국의 에어백 제조업체, 독일의 시스템 통합업체가 함께 개인용 에어백도 개발했습니다. 건설현장 작업자가 추락할 경우 부상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프로토타입이 제작됐고 유럽 직업조합에서 개인보호장구로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업용 접착제 제조업체인 안산의 유니테크와 함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섬유복합재료성형기술(프리포밍)’로 유니테크가 새로운 응용분야 제품을 위한 신제품 수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올해 3월 파리에서 열린 복합소재전시회(JEC월드)에서 운전자 도어 등 첫 데모제품들을 소개했습니다.

▷김 대표=한국 기업이나 연구소가 아헨이나 NRW연방주 등 독일에 진출하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그리스 교수=한국 기업을 지원하고 지속적인 개발을 하도록 지원하는 게 우리 서비스의 일부입니다. 한국 중소·중견기업은 주로 자국 내에서 활동하고 자국 내 대기업의 납품업체 역할을 하는 데 국한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기술을 갖고 싶어 합니다. 서유럽 시장은 매우 유망하면서도 까다로운 시장입니다. 여기서 성공하면 글로벌 기술리더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헨공대는 이런 기술을 원하는 한국 기업의 파트너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헨공대는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산학협력 테크노파크인 웨스트산학협력단지를 구축했습니다. 이 산학단지는 기술지향적 한국 기업들의 이상적인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단지에 있는 유수의 연구기관들과 협력한다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제품들이 탄생하고 또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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