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 영업·월수수료·광고 3무…프랜차이즈 업계 '게임체인저'가 떴다

입력 2017-06-29 18:08   수정 2017-06-30 06:08

프랜차이즈 매출 100조 시대 (3) 신사업모델의 등장

본사 수익보다 상생
생활맥주 '3무 전략'으로 가맹점 87개
모노치즈는 재료비 일부만 받아
붕어빵식 메뉴·인테리어 강요 안해

낡은 시스템 버리고 문화 기업으로
피자알볼로, 파스타농장·피자교실 열어
"가맹점주가 편해야 브랜드 장수"



[ 김보라 / 이유정 기자 ] 국내에서 프랜차이즈가 시작된 지 40년째가 되자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오랫동안 쌓인 문제점이 터져나오는 한편에서 새로운 형태의 프랜차이즈들이 생겨나고 있다. 영업, 광고, 로열티가 없는 생활맥주가 그 사례다. 이들은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만을 팔지 않는다. 문화와 가치를 입혀 가맹점과 상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들은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며 프랜차이즈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생활맥주는 2014년 수제맥주와 치킨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다. 창업 3년차다. 가맹점을 늘리기 위해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사람이 몰려들었다. 전국 87개 매장 가운데 문을 닫은 점포는 한 군데도 없다. 가맹점주들이 간판값이라고 부르는 로열티를 받지 않고, 가맹점이 일부를 부담하는 광고도 안 하기 때문에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부담은 더 적다. 본사와 직영점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생활맥주는 과거 프랜차이즈와는 확실히 다르다. 애초에 상생과 공존, 오래가는 브랜드라는 가치를 지니고 시작했다. 프랜차이즈산업 전환기에 모습을 드러낸 4세대 프랜차이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이유다. 생활맥주뿐 아니다. 치즈로 특화한 모노치즈, 한방차 전문점 오가다, 김밥 프랜차이즈 로봇김밥 등도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과 철학을 갖고 있다. 이들은 2010년 이후 등장한 4세대 프랜차이즈에 속한다. 낡은 시스템을 버리고 상생과 문화를 중심으로 한 ‘가치 지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택했다.


가맹점과 상생하는 프랜차이즈

모노치즈는 조현승 대표가 3년 전 만든 치즈 전문 프랜차이즈다. 지점은 전국 65개. 본죽으로 알려진 본아이에프 출신인 조 대표는 4년 전 회사를 나와 서울 을지로에 26㎡짜리 가게를 얻었다. ‘그릴드치즈’라는 이름으로 8개월 넘게 오피스 상권에서 메뉴를 테스트했다. 테스트를 끝낸 조 대표가 고민한 것은 로열티 구조를 바꾸는 문제였다. 매달 매출의 일정 비율을 본부가 가져가는 로열티. 조 대표는 “로열티는 프랜차이즈의 기본 요소지만 가맹점주와 본사가 상생해 오래가는 브랜드가 되려면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로열티를 받지 않기로 했다.

모노치즈는 2014년 청년창업펀드, 농림축산식품부 창업지원펀드, 중소기업진흥공단,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2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 돈으로 인천에 유제품 공장을 지었다. 인증을 받고, 치즈를 생산했다. “본사가 품질 좋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노치즈는 가맹점에서 재료비 일부만 받는다. 로열티, 광고비 등은 받지 않는다. 대신 올해부터 생산한 크림치즈와 빵 등을 일반 커피전문점과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로열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라떼킹은 로열티를 받지만 가맹점 매출이 월 1000만원 미만이면 면제해준다. 2000만원까지는 1%, 그 이상이면 2%로 가맹점 부담을 줄였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나눈다”

이들 4세대 프랜차이즈 창업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사업을 하는 게 공통점이다.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41)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오라클, 삼성증권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창업했다. 위스콘신주립대 경영학과 출신인 김태준 라떼킹 대표(44), 세종대 호텔조리학과를 나온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41) 등도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들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희대 조리학과 출신인 최봉환 로봇김밥 대표(36), 고려대에서 노어노문학을 전공한 최승윤 오가다 대표(33)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당장 수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생활맥주는 프랜차이즈인데도 87개 점포의 인테리어가 다 다르다. 메뉴도 다르다. 단골들은 ‘이 맥주는 동부이촌동점에서, 저 맥주는 여의도점 가서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천편일률적인 메뉴와 공간으로 숫자만 늘리다 보면 곧 한계에 이른다는 임 대표의 생각 때문이다.

문화 기업으로 ‘진화’

2010년 이후 등장한 프랜차이즈 기업은 문화 사업에 관심이 많다. 단지 제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서 가치를 파는 데 집중한다. 직원도 20~30대가 대부분이다.

피자알볼로는 가게를 처음 시작한 서울 양천구 목동에 파스타농장, 장인아카데미, 카페정류장 등을 열었다. 경기 부천에서는 어린이 피자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피자학교와 피자박물관 등의 시설을 둬 즐길 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라떼킹은 ‘와사비라떼’ ‘소금라떼’ ‘베일리스·깔루아라떼’ 등 이색 메뉴를 끊임없이 내놓기로 유명하다. 테이크아웃 컵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아 디자인했다. 일회용 컵을 수집해 재활용하는 마니아층도 생겼다. 애완동물을 출입할 수 있게 하고, 인테리어와 기자재를 가맹점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차별점이다.

라떼킹 관계자는 “본사와 가맹점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개념”이라며 “가맹점주가 원하는 공간에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 그 브랜드 수명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김보라/이유정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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