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경유가 친환경이라더니 이젠 미세먼지 주범?…경유차 타라는 건지 타지 말라는 건지 헷갈려

입력 2017-07-03 09:00  

[Cover Story] 경유가 친환경이라더니 이젠 미세먼지 주범?…경유차 타라는 건지 타지 말라는 건지 헷갈려

[ 임현우 기자 ]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 차(車) 열 대 중 네 대는 경유차다. 전체 차량의 42.7%인 927만1393대에 달한다.(올 3월 말 기준) 경유차는 차량 유지비를 아끼려는 서민들이나 소형 승합차를 모는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많이 선택한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15% 정도 싸면서 연비는 20% 이상 좋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이른바 ‘클린 디젤’ 정책을 앞세워 정부가 구매를 권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새 경유차는 ‘퇴출 대상’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미세먼지 문제에 경유차의 책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30년 개인용 경유 승용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최근에는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을 올려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셌다.

친환경이라더니… 오락가락 경유차 정책

문제는 경유차가 과연 미세먼지의 ‘주범’인지가 입증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조사하고 어떻게 분석했는지에 따라 통계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6월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초미세먼지 배출기여도에서 경유차가 29%로 1위였다고 했다. 하지만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얘기가 다르다. 사업장(41%), 건설기계(17%), 발전소(14%) 순으로 많았고 경유차는 11%로 4위였다. 굴착기 한 대가 경유차 수십 대 분량의 미세먼지를 내뿜는 데도 정부 정책의 초점은 경유차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더구나 국내 미세먼지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요인이 적게는 30%, 많게는 5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 국외 요인이 최대 80%를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서민 차’ 경유차부터 억제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에너지 선진국’ 독일의 사례를 봐도 경유차와 미세먼지의 인과관계를 찾기 힘들다. 독일연방통계청에 따르면 독일에 등록된 경유차는 2001년 636만 대(전체 차량의 15%)에서 2016년 1453만 대(32%)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수송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은 지난 20년 새 65% 줄었다.

경유차 대신 LPG차 타면 친환경일까

정부는 경유차의 대안으로 액화석유가스(LPG)차 보급 확대를 구상하고 있지만, LPG차가 내뿜는 유해가스 역시 적지않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사 결과 자동차 1㎞ 운행 시 배출되는 미세먼지(PM)는 경유 0.0021g, LPG 0.0020g, 휘발유 0.0018g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대기 중에서 수증기 등과 2차 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NOx)은 경유(0.201g)가 휘발유(0.018g)와 LPG(0.011g)보다 많았다. 물론 경유차가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지만 친환경차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덕환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의 에너지 효율이 30%를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70%는 열 등의 형태로 배출돼 오염물질을 만든다”며 “엄밀히 따져 화석연료를 쓰는 자동차 중 친환경차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 오판에 규제만 늘어

대기공학자나 기상학자들조차 미세먼지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자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경정책이 지나치게 단편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유차에 앞서 “고등어를 구워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정부 측 설명이 쓸데없는 논란을 낳았던 것도 비슷한 사례다.

문 대통령의 경유차 퇴출 공약은 2025년 경유차 판매 금지에 나서는 노르웨이보다도 급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계는 공약이 현실화하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연간 60만 대씩 경유차를 팔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이나, 전체 매출의 30%가 경유에서 나오는 정유회사들의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명확치 않은 인과관계로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주유소에서 경유를 넣으면 절반 이상이 세금이다.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붙어 소비자 가격의 51%(6월 둘째주 기준)가 유류세로 부과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들이 경유세 인상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현재 휘발유 대비 85% 수준인 경유값을 125% 수준으로 끌어올려 수요를 억제하더라도 국내 미세먼지 감소폭은 1%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NIE 포인트

경유차 억제 논란과 관련해 찬성·반대 측의 논거를 알아보자.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치를 양립하려면 어떤 에너지 정책이 적절한지 토론해보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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