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마크롱 리더십, 패배주의에 대한 투쟁

입력 2017-07-10 19:18   수정 2017-07-11 07:17

경제도 꿈틀거리게 한 마크롱 정치실험
모든 프랑스 개혁의 근본은 '노동개혁'

김흥종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유럽특임파견관 >



2014년 11월23일 서울, 에마뉘엘 마크롱 당시 프랑스 경제산업부 장관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장관급으로 격상된 한·프랑스 경제장관회담을 하고 있었다. 임명된 지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이 37세의 장관은 특유의 단호한 표정과 눈빛으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 프랑스 정부의 최대 목표며 이를 위해 신산업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 고민이 비슷한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방한 행사에 몇 차례 참석한 필자는 워낙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사들이 많은 프랑스 정부의 내각 중에서도 젊은 패기와 눈빛, 단호한 의지로 정부의 개혁 방향을 설명하는 마크롱이 인상에 남았다. 그는 올랑드 정부가 경제개혁을 시행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정부의 인기 하락과 국민의 반대로 약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의 이름도 잊혀져 갔다.

그랬던 그가 제왕과 같은 권력을 누린다는 프랑스 대통령이 됐다. 선거 전 의회에 한 석도 없었던 그의 정당은 단번에 의회 의석의 60%를 넘는 다수당이 됐다. 자당 후보 중 51%를 여성으로, 또 49%를 정치신인으로 공천한 그의 정치 실험이 통한 것이다. ‘바꿔야 한다’는 리더의 절박한 심정과 ‘이러다가 서유럽의 2류 국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염원이 이뤄낸 정치혁명이다.

당장 마크롱의 리더십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프랑스 경제를 꿈틀거리게 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연이은 리더십 혼란, 대화재 등으로 휘청거리는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부동산 거래가 갑자기 활발해지고 실업률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소비자신뢰지수는 2007년 6월 이후 최고로 올라섰고 6개월 성장률은 2010년 이후 최고에 이르게 됐다.

여세를 몰아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령으로 노동법을 개정할 수 있는 법안을 7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여름 휴가 기간에 노동개혁의 구체안을 마련할 것이다. 대강의 방향은 서 있다. 노동개혁을 “프랑스를 변화시키는 모든 개혁의 근본”으로 삼고, 3000쪽에 달하는 노동법을 단순화하며, 해고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상한 등을 도입하는 것이다. 마크롱의 이런 공세에 두 번째로 큰 노동조합인 노동총동맹(CGT)은 오는 9월12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나, 최대 노동조합인 프랑스민주노조(CFDT)는 더 구체적인 노동개혁안이 나오면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외적으로도 마크롱 대통령은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을 꾸짖고,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강력히 반대하며, 도널드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 반대한다며 영어 연설로 미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유럽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유럽연합(EU) 지지자인 마크롱의 등장으로 유로화 가치가 회복되고, 영국의 브렉시트 입장은 궁색해졌으며, 9월 선거를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반색하고 있다. 나아가 EU에 프랑스의 존재감을 확인시키며 유럽의 프랑스화라는 전통적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프랑스 국민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전략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크롱의 노동개혁 실험이 성공할지는 9월 이후 벌어질 정부와 노동조합의 힘겨루기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국수주의와 포퓰리즘, 경제 부진과 양극화, 공동체 붕괴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프랑스와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에 마크롱은 새로운 리더십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열정과 불굴의 의지, 비전과 정교한 전략에 기반한, 냉소주의와 패배주의에 대한 투쟁이다.

김흥종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유럽특임파견관 hckim@kiep.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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