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형 무기 개발, 기술성·경제성 함께 높이려면

입력 2017-07-11 18:49  

시현 못할 기준탓 양산 중단 K2전차
요구성능 점차 높이며 개발해야
방산장비 기술종속 벗어날 수 있어

한동철 < 서울대 명예교수·기계공학 >



앞으로 군 병력을 대폭 줄인다고 한다. 출산율이 크게 떨어져 장병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하니 군 병력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신 우리 군의 무기체계 및 장비를 고도화해 예상되는 병력 공백을 메워야 한다. 여건은 좋은 편이다. 무기 개발 경험이 쌓여 있고 기술 수준이 높아졌으며 경제력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내수는 물론 수출도 가능한 민군겸용산업 활성화 차원에서도 무기체계 및 장비 고도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실제 개발 중인 전차를 보자.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M1A1전차와 독일 레오파르트전차에 못지않은 K1전차에 이어 그보다 더 나은 K2전차를 개발하고 있다. 설계 요구 사항에 따라 개발이 완성된다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및 중동에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차는 생존성모듈, 화력모듈, 기동성모듈, 정보통신모듈 등으로 구성된다. 그중에도 대형 엔진과 변속기가 조합된 동력장치가 핵심이다. 그런데 변속기만 내구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K2전차 양산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전차변속기는 9000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고기능모듈로서 그 성능이 전차의 기술 수준을 좌우한다. 이 변속기를 납품하기 위해서는 신뢰도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우리 군의 기준이 독일이나 미국에서 정한 고장확률(6400㎞ 운전까지 19%)보다 훨씬 높아 창정비(완전분해 및 재제조 정비)가 이뤄지는 9600㎞까지 0%여야 한다고 한다. 9600㎞는 전차가 12~16년 달리는 거리이므로 절대 고장이 안 나는 ‘이상형 변속기’를 요구하는 셈이다. 이는 현재의 기계기술경험상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설계명세서가 작성될 때부터 생긴 오류가 수정되지 않았고 개발 업체도 계약 체결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이를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무기체계 및 장비는 국내 개발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은 제품을 만들어 시험하고 고쳐 가며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지 외국에 가서 배워 국내에서 한 번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다. 무기체계 및 장비를 외국에서 구입하면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더 비싼 돈을 주며 계속 구입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자체 개발은 생각할 수 없으며 기술 종속만 가속화될 뿐이다.

무기체계 및 장비 개발은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 안전도, 생산성, 품질, 수량, 비용, 수명 등을 조사해 적합한 요구사항 목록을 제시하고 기술의 국내외 조달 가능성을 분석해 방산업체와 협력하면서 개발·시험하며 시장성까지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모든 무기체계와 장비의 군 수요는 제한돼 있다. 방산업체가 기술 개발을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기술 고도화가 가능해진다. 1996년에 시작해 6년간 G7국책과제로 개발한 시속 330㎞ 고속철도 후속 사업을 통해 시험하고 개선함으로써 ‘KTX 산천’을 개발해 낸 것이다. 자동차도 예전에는 신차 구입 후 1년 1만㎞ 수리 보증이 지금 3년 3만㎞로 발전했다. 이것은 3만㎞까지 고장난 부분을 무상 수리해 준다는 말이지 그때까지 고장이 안 날 것이란 얘기가 아니다.

전차변속기는 고도의 기술제품이다. 초기에는 6400㎞까지 50%의 고장확률로 시험 규정을 만들고, 다음 납품 시점에 고장확률을 점차 낮춘다면 기술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높여 나갈 수 있다. 군함, 전투기, 헬리콥터, 로켓 분야도 마찬가지다. 군과 방산업체는 갑을 관계 이전에 협조 관계여야 한다.

한동철 < 서울대 명예교수·기계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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