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논점과 관점] 한진해운 파산 선고, 그 후

입력 2017-07-11 18:52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COSCO)가 세계 해운시장의 강자로 부상했다. 지난해 중국 2위 해운사인 차이나시핑을 합병하며 아시아 1위에 오른 코스코는 이번에는 홍콩 오리엔트오버시즈(OOCL)를 인수하기로 했다. 컨테이너 운송능력 세계 4위인 코스코와 7위인 OOCL이 합쳐지면 프랑스 CMA-CGM을 제치고 세계 3위 해운사가 된다. 세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와 2위 스위스 MSC도 추격 가시권에 들었다는 분석까지 있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글로벌 경쟁이 가능한 대형 해운사가 새로 출범했다. NYK, MOL, K라인 등 일본 해운 3사는 컨테이너 사업을 통합한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지난 7일 설립했다. 10위권 안팎이던 세 회사 사업이 합쳐지면서 운송능력에서 대만 에버그린(6위)을 앞서게 됐다.

'나홀로 뒷걸음질' 한국 해운

반면 한국 해운업은 국내 1위,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 퇴출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금난 때문에 지난해 9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결국 올 2월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파산부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지금 한진해운 홈페이지에는 얼마 안 되는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빚잔치’ 안내문만 가득하다. 한진해운의 영업 네트워크 대부분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돼 기사회생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을 인수해 출범한 SM상선이 실지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선박 규모 등에서 경쟁이 안 된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 손잡았지만 현대상선은 세계 15위 해운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 해운사들의 컨테이너 수송량은 지난해 대비 절반 넘게 줄었다. 해외 선사에 뺏긴 한진해운 물량을 찾아오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한국 해운업 위기가 이어지면서 1위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을 퇴출시킨 해운업 구조조정은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구조조정’이라는 비판론이 적지 않다. 구조조정을 주도한 금융위원회가 해운산업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채권단 논리에만 입각해 칼을 휘둘렀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비가역적 선택이라면 신중해야

반면 대기업 구조조정 때 적용되는 대주주 책임 원칙과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원칙 등을 고려할 때 법정관리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대주주를 대신해 국민 세금으로 기업을 살리는 데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다는 것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시급 기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탈(脫)원전 등의 정책을 놓고 가역적(可逆的)이냐, 비가역적(非可逆的)이냐는 말이 자주 나온다. 물리학에서 차용한 이 용어는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정책이냐, 그러지 않느냐는 의미다.

한진해운 퇴출은 그런 점에서 비가역적 선택이었다. 법정관리 이전으로 돌아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취한 것처럼 자금을 투입해 자회사로 만드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엄청난 세금을 투입해 한진해운 이상의 네트워크를 가진 국영 해운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81만 개 공공일자리 창출, 최저시급 1만원 인상, 탈원전 정책 등에는 많은 반대론이 존재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당초 취지와 다른 부작용과 폐해를 우려하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만약 비가역적인 결정이라면 새 정부는 반대파 목소리에도 충분히 귀를 열어야 한다. 비가역적인 한진해운 퇴출 결정의 시작도 선의였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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