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분식회계와 회계 투명성

입력 2017-07-11 19:54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대표 pcgrd21c@gmail.com >


기업 등이 자산이나 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려 재무제표상 수치를 왜곡하는 것을 분식회계라 한다. 이는 국가나 기업 경제 활동에 대한 회계보고가 시작된 이후 늘 존재했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정치인인 키케로는 BC 43년께 저서 《필리피카이》에서 로마 재정의 부실 회계를 비난했다가 카이사르 사후 최고 권력자였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미움을 받아 죽임을 당하고 머리와 손이 잘린 채 광장에 전시까지 됐다 하니 분식회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29년 주가 대폭락으로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은 높은 실업률과 국민소득 급감 등 엄청난 고통을 가져왔는데, 윌리엄 리플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이미 1926년에 기업의 투명성 부재가 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부실한 회계가 대공황을 초래한 것은 아니지만 공황을 악화시켰다는 인식 하에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는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설립하고, 상장사 재무보고 규정 확립 및 회계감사를 강화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 회계신인도는 조사 대상 63개국 중 63위로 꼴찌다. 회계 투명성은 회사뿐 아니라 국가의 흥망과도 관련 있다고 지적한 제이컵 솔의 말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분식회계를 줄이고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투명한 회계 정보를 생산해야 할 1차적 책임은 회계 주체인 기업에 있다. 그런데 수조원의 분식회계가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사건을 들여다보면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회계 담당자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회계사들은 실형 처벌, 회계법인은 거액의 소송에 내몰리고 있다. 감사인도 뼈저리게 자성해야겠지만, 자신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 등을 속인 회사보다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속은 자를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처사다.

한국의 회계신인도가 낮은 데는 감사받는 자가 감사하는 자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감사인 자유선임제가 한몫한다. 공정한 감사를 위해 감사인은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감시받아야 할 자가 감시할 자를 고르는 현재의 감사인 선임제로는 독립성 확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국정 운영 및 국민의 주된 관심사는 일자리다.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진다면 자원이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우리나라 잠재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정도 높아져 10만 개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증세 없는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감사인 지정제 등 회계 개혁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할 이유다.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대표 pcgrd21c@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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