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뜬 '분양권 야시장'…단속 비웃듯 1억3000만원 웃돈 거래

입력 2017-07-13 17:43  

판교 불법 분양권 거래현장 가보니

밤 10시부터 차량들 등장, "단속 없지?" 서로 안부 물어
0시 당첨자 발표되자 서로 눈치보며 탐색전 펼쳐
"부르는 게 시세" 브로커 바람잡이

2~3명이 계약금 나눠 내기도



[ 김형규 기자 ]
13일 0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 모델하우스 앞. 3주 전 분양이 끝나 문이 굳게 닫힌 모델하우스 앞에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당첨자, 매수 대기자 등 150여 명이 몰렸다. 당첨자 발표를 알리는 0시에 맞춰 분양권을 불법 전매하는 ‘야시장’이 선 것이다. 성남시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1년6개월간 전매할 수 없지만 이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떴다방은 “계약서는 지금 쓰고 실제 전매는 가능한 시점에 하면 된다”며 “서로 조심만 하면 단속에 걸릴 일이 없다”고 매수·매도 희망자를 안심시켰다.

떴다방들은 12일 오후 10시부터 모델하우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11시가 넘어서자 모델하우스 앞 주차장과 갓길, 건너편 도로까지 승용차로 가득 찼다. 11시50분 당첨자 발표 10분 전 떴다방들은 서로 정부 단속 여부를 물으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속반이 없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사장님 어디 됐어요. XXX동 OOOO호요? 잘 팔아드릴 게요.” 0시5분 당첨자가 발표되자 사방에서 급하게 이런 내용의 전화가 오갔다.

미리 지참한 평면도에 동, 호수, 전용면적을 적으며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브로커들은 삼삼오오 모여 당첨자에게 원하는 프리미엄(웃돈)을 물었다. 당첨자 발표 초반에 호가가 잡히지 않자 일부 브로커가 바람잡이로 나섰다. 이날 떴다방 A씨는 “8000만원이든 9000만원이든 먼저 부르면 그 주변으로 시세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브로커들은 언제 단속 걱정을 했느냐는 듯 각자 작업에 몰두했다. 15분여가 지나자 분양권 호가가 형성됐다. 당첨된 동·호수에 따라 최고 40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같은 주택형이라도 남서울CC가 잘 보이는 곳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다. 이날 형성된 웃돈은 전용 129㎡가 1억~1억3000만원이었다. 전용 114㎡는 6000만~1억원까지 형성됐다. 전용 84㎡는 3000만~4500만원을 호가했다.

떴다방 B씨는 분양권 매수 희망자들에게 “인근지역 아파트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3억원 붙어 있다”며 “입주 때 가면 반드시 이보다 더 오른다”고 부추겼다. 일부 매수자는 2~3명이 함께 돈을 모아 프리미엄을 내고 분양권 불법 매수를 시도했다. 브로커들은 이곳저곳을 오가며 A4용지, 평면도 등에 매도자의 동·호수, 전용면적, 프리미엄 호가를 적었다. 매수 희망자가 원하는 전용면적과 전화번호, 이름도 써 내려갔다. ‘XXX동 OOOO호 84㎡, 4500만원’ 등 확보한 매물이 빼곡히 적혔다.

새벽 1시가 넘어서자 거래할 사람들의 목록이 적힌 쪽지를 들고 브로커들이 현장을 빠져 나갔다. 이날 장은 새벽 1시2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야시장에서 만든 매수·매도 희망자 명단을 들고 떴다방들은 전국으로 흩어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불법 야시장이 여전히 활기차게 돌아가고,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는 것은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정부가 강남 등 인기 주거지역 수요를 대체할 만한 아파트 공급 대책을 내놓지 않다 보니 가격 상승 기대감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성남=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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