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국민기업' 뿌리내린 한국 중견기업들

입력 2017-07-13 18:08   수정 2017-07-14 07:02

말레이시아 진출한 코웨이
정수기 렌털사업 고성장…현지 여성 인력 채용 '호감'

캄보디아서 약진한 아주산업
미얀마에도 생산공장 건설



[ 김정은 기자 ]
락앤락이 베트남 호찌민시 신흥 부촌인 푸미흥에 처음 매장을 낸 것은 2008년이다. 판매대를 고급스럽게 꾸미고 가격은 한국보다 15% 비싸게 책정해 프리미엄 전략을 폈다. 첫해에만 13곳에 매장을 여는 등 공격적으로 나섰다. 때마침 한류 열풍까지 불었다. 베트남 진출 8년 만에 매출은 열 배 늘었고 베트남 주방용품시장 1위가 됐다.

락앤락처럼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중견기업들이 현지에서 ‘국민기업’으로 통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력 단절 여성 2000여 명을 채용한 코웨이, 인도네시아 국적기에 그릇을 납품하는 젠한국, 미얀마와 캄보디아의 기간산업을 접수한 아주산업과 베트남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가구용 자재공장이 있는 동화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고급화 전략 성공

한국도자기 창업주 김종호 회장의 막내동생인 김성수 젠한국 회장은 일찌감치 동남아에 주목했다. 도자기는 온도에 민감한데, 1년 내내 따뜻하고 천연자원까지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적격이었다. 저렴한 인건비도 매력적이었다. 1991년 인도네시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기 생산공장을 지었다. 모두가 무모한 짓이라고 말렸다. 지금 이 공장에선 매년 도자기 2200만 개를 생산해 세계로 보낸다. 국적기인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의 1등석 및 비즈니스석에선 젠한국의 세인트 제임스 식기를 쓴다. 김성수 회장은 “예전에는 일본 명품 도자기 노리다케를 사용했는데 얼마 전 우리 제품을 2000만달러어치 납품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공장 인근에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지었고 국립대에 한국문화 과정도 개설했다. 젠한국은 인도네시아의 ‘국민 도자기회사’가 됐다.

동화기업이 호찌민 인근에 지은 가구용 중밀도섬유판(MDF) 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다. 서울 네 배 크기 고무나무 조림지를 보유하고 있어 원재료 조달이 편리하다. 베트남에서 현지와 외국 자본 합작으로 MDF를 생산하는 곳은 동화기업이 유일하다. 생산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베트남 법인의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면서 동화기업은 지난 2분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 ‘정수기 렌털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코웨이는 정수기시장 1위다. 한국처럼 가정을 방문해 정수기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가 이곳에서도 먹혔고 고객계정은 48만 개를 넘었다. 코웨이가 ‘코디(코웨이레이디·현장 서비스인력)’로 채용한 현지 여성이 2000명이 넘자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는 코웨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우수기업’ 장관상을 줬다. 아주산업은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고강도콘크리트(PHC) 파일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 붐이 한창인 동남아 전력망 시장에 고강도 콘크리트 전신주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미얀마에도 PHC 파일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정치 리스크 작고 친(親)한국적

풍부한 천연자원과 따뜻한 기후, 값싼 노동력과 잠재 소비력, 다른 나라와 인접한 좋은 입지 등이 동남아의 매력이라고 기업들은 입을 모은다.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까지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등 정치적 리스크가 큰 중국보다 안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대표들이 직접 동남아 시장을 챙긴다. 이해선 코웨이 대표는 얼마 전 말레이시아에서 ‘코웨이 런’ 마라톤 행사를 열고 달리기를 했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매달 두세 차례 베트남을 찾는 등 락앤락의 ‘포스트차이나’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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