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념우표까지 정치 과잉에 휘둘리는 나라

입력 2017-07-13 19:33  

우정사업본부가 그제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열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지난해 5월 경북 구미시의 신청을 받아들여 기념우표를 발행키로 한 결정을 1년4개월 만에 번복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가 한 번 결정한 기념우표 발행 계획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권이 바뀌자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다’는 것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지난해 우표 발행 결정 이후 일부 현 여당 의원들과 시민단체는 “과오가 많은 정치 지도자를 우상화한다”며 줄기차게 취소를 요구해 왔다. 정권 교체 직전인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한 만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던 우정사업본부였다. 그러다가 지난 6월29일 느닷없이 재심의 결정을 하면서 ‘정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표 발행 결정 취소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지만, 이런 요구는 지난 정권 때부터 있어왔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 누구나 공과(功過)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억압적으로 정권을 유지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산업화에 큰 업적을 남겼다는 데 대해선 이견이 별로 없다. 이제 우리 사회도 진영논리를 떠나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면 기념하고 존중하는 관례를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4월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다음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역대 대통령들은 공과가 있었지만 안아야 할 우리의 역사”라고 했다. 그런 마당에 기념우표 하나 발행하는 것을 두고 정권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제대로 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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