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남북대화보다 급한 남남대화

입력 2017-07-18 18:06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정부가 북한에 군사 및 적십자 회담을 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으로 알려진 ‘신(新)한반도 평화비전’의 후속 조치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 대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물론 무력 충돌 대신 대화를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누구와 언제, 어떻게 대화하느냐다.

누군가가 기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러 내 얼굴을 때렸다고 생각해보자. 그 순간 가장 급한 일은 즉시 반격하거나, 아니면 멀리 도망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때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한다면 “제정신이냐?”는 소릴 들을 것이다. 아마 대화 제의가 끝나기도 전에 주먹 몇 방이 더 날아왔을 수도 있다.

지금 남북 관계가 바로 그렇다. 북한은 문 대통령 취임 후 거의 매주 미사일을 쏴 대더니 결국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감행했다.

국내 여론엔 담쌓고 北엔 대화 애걸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화해 제스처를 깡그리 무시하고 주먹을 휘둘러 온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또다시 대화를 제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ICBM 발사 후 국제 사회는 새로운 대북 제재를 논의 중이다. 미국은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나온 우리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는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당연하다. 사드 반대를 고수하는 중국만 박수를 쳐줬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이후 끊긴 남북 대화를 어떻게든 복원시키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런데 지금 더 급한 대화 상대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각계각층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야당과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국정 동반자 자세로 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면서 야당과의 소통은 사실상 단절됐다. 오늘 열리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빠졌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대화 부족의 결과다.

야당뿐이 아니다. 정부가 전문가 기업인 언론 등 사회 각 분야 인사들과 활발하게 의견 교환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탈(脫)원전, 4대강 보 개방 등에서 문 대통령은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불통’이 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국회와의 협의도, 여론 수렴도 거의 없었다. 탈원전 정책에서 보듯이 전문가들 목소리도 외면당했다. 마음이 맞는 ‘내편’들과만 소통하고 외부 목소리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다.

對국민 대화·소통이 더 시급

취임 후 두 달 넘게 70~80%대를 오르내리며 고공행진 중인 지지율을 과신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국민 40% 정도의 지지만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은 문 대통령에 반대했다. 한때 70%를 넘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지지율이 순식간에 20%대까지 떨어진 사실도 잘 살펴보기 바란다.

대통령과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설득하고 대화해야 할 상대는 북한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다. 대통령이나 여당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작 내 식구, 내 가족과도 같은 국민과의 대화는 단절한 채 이틀이 멀다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에는 애걸하듯, 계속 대화를 요구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북한이 남북 군사회담에 응할 경우 요구는 뻔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나 주한미군 철수일 것이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결과가 뻔한 게임을 왜 자꾸 하려고 하나.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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