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증여재산도 비율대로 나눠야"…부양 기여도 인정않는 건 문제

입력 2017-07-29 06:13   수정 2017-07-30 18:18

<13> 유류분과 가업승계 (대법원 2015년 10월29일 선고, 2013다60753 판결)



우리 민법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만큼인 유류분(遺留分)을 보장해 주고 있다.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원하지 않아 전 재산을 사회복지기관에 유증(遺贈: 유언으로써 자기 재산의 일부를 무상으로 타인에게 주는 행위)하거나 생전에 아끼는 자식에게만 재산의 상당 부분을 미리 증여해 놓은 경우라도 유류분반환청구를 피해갈 수는 없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법정상속인들에게 상속재산 중 일부를 반드시 확보해주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피상속인에 의한 유증이나 증여에 의해 법정상속인들의 유류분이 침해되면 법정상속인들은 유류분 반환청구권의 행사를 통해 피상속인이 한 처분행위의 효력을 없애버릴 수 있다.

유류분은 과거 장남에게 단독상속을 시키던 관행을 타파하고, 공동상속인들 간의 공평을 꾀하기 위해 1977년에 처음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는 그 제도가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간의 실질적 공평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대법원 2015년 10월29일 선고, 2013다60753 판결’은 그런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피상속인 부양 기여분 인정해 달라”

피상속인 ×에게는 5명의 자식이 있었다. 이 중 아들 A는 처와 함께 23년간 ×를 모시고 살면서 ×를 간병했다. ×에게는 건물이 한 채 있었으나 사망하기 몇 년 전 매각했고, 그 매각 대금 중 거의 대부분을 각종 명목으로 A에게 증여해 줬다. ×가 사망한 후 × 명의로 돼 있는 재산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된 A의 형제들은 ×의 A에 대한 증여로 인해 자신들의 유류분이 침해당했음을 이유로 A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을 청구했다.

A는 다른 형제들이 ×에 대한 부양의무를 전혀 이행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신의성실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자신은 장기간 ×를 부양해 왔고 ×를 위해 집수리비나 병원비 등을 지출하는 등 피상속인을 위해 특별한 기여를 했으며, 그 기여분(寄與分) 부분을 공제하고 나면 원고들에게 반환할 유류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기여분과 유류분은 서로 관계가 없다는 전제 하에,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돼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유류분 반환의무의 범위를 정할 때 기여분을 공제할 수도 없고, 기여분으로 인해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는 이유로 기여분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고 봤다. 따라서 A는 아무리 피상속인을 오래 부양했더라도 기여분을 이유로 자신의 유류분 반환 의무를 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여분과 유류분은 관계없어”

민법의 규정에 따라 피상속인을 위해 특별한 기여를 한 사람은 상속재산분할 절차에서 다른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기여분’을 고려해 상속분을 증가시켜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이미 피상속인으로부터 기여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면 어떨까? 그것은 더 이상 무상의 기여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기여분을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한편 그가 기여의 대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 역시 더 이상 무상의 증여가 아니므로, 이를 이유로 그가 받을 수 있는 몫이 감소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판결과 같이 유류분 반환 사건에서 기여분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그가 피상속인에 대한 기여 대가로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증여의 총액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로 제한된다. 그 금액을 넘어서는 부분은 어차피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정 상속인에 의한 기여 정도가 현저히 큰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간에 실질적 불평등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부양해 온 자녀에게 특별한 보상을 해주기를 원하는 피상속인의 의사에도 반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한도로 미리 자신이 할 효도의 총량을 정해 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켜내야 할 정도로 공동상속인 간의 형식적 평등과 유류분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는가?

‘효도의 총량’ 정해놓는 구조 바람직하지 않아

유류분과 기여분을 서로 분리해 사고하는 것은 1인 회사의 승계에도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만약 피상속인이 자녀 중 한 명을 미리 후계자로 정해 회사 경영을 돕도록 했을 뿐, 그 밖에 자기 사후의 가업 승계에 대해 아무런 계획을 준비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고 하자.

그럼 그 후계자는 자신이 회사 경영에 이바지한 바를 입증해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및 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했음을 이유로 상속재산분할 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다. 공동상속인들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피상속인의 회사 지분 전부를 상속받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피상속인이 사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 후계자에게 자신의 전 재산인 회사 주식 전부를 유증 내지 증여해 놓았다면 후계자는 아무리 회사 경영에 큰 기여를 했더라도 주식 중 일부를 유류분의 명목으로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반환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우리 판례가 취하고 있는 ‘물권적 효과설’에 따르면 그는 지분이나 주식을 원물로 반환해야 하며,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유류분 부족액을 현금으로 지급할 수도 없다. 이는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해 기업의 지배구조가 결정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피상속인이 미리 대비하면 할수록 피상속인의 의사로부터 멀어지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미리 대비할수록 혼란

반면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처음부터 전혀 증여를 해놓지 않는 경우 기여에 대한 청산은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선의나 재판이라는 외부적 요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불확실성 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다른 상속재산이 전혀 없어서 공동상속인 간의 실질적 형평을 도모할 방법이 없는 경우만이라도 유류분 산정 과정에서 기여분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류분반환청구의 대상이 되는 증여가 그동안의 기여에 대한 보답 성격을 지닌 경우에는 반환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

■ '물권적 효과설'이란

증여받은 현물로 반환해야…외국선 금전도 허용

‘물권적 효과설’이란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한 순간 피상속인이 한 증여나 유증이 자동적으로 효력을 잃는 결과, 피상속인으로부터 특정한 물건을 증여받은 자는 즉시 그 물건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유류분권자인 공동상속인이 그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해 증여받은 사람을 상대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물권적 효과설은 유류분권자의 보호에 충실한 반면, 증여받은 사람이 이미 그 증여받은 물건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는 거래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주거용 부동산이나 의결권이 붙어 있는 주식과 같이 증여받은 물건이 증여받은 사람에게 재산적 이익을 넘어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 당사자들에게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독일을 비롯한 외국의 입법례는 금전의 반환만으로 유류분 분쟁이 해결될 수 있도록 ‘채권적 구성’을 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소혜 <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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