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구진, 유전자 가위로 '유전병 DNA' 고쳤다

입력 2017-08-03 03:27  

미국서 첫 인간배아 실험 성공

2030 청년 돌연사 주원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 대상
정자·유전자가위, 난자 주입, 질환 유발하는 유전자 제거

김진수 IBS 단장 "유전병 치료 새로운 길 열어"



[ 박근태 기자 ]
한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배아 상태에서 유전질환을 고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산모 자궁에 착상시키면 건강한 아기를 태어나게 할 수 있어 임상 단계에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과 박상욱 IBS 연구위원,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해 인간 배아에서 유전질환인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고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2일 발표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돌연변이 유전자만 정확하게 잘라내고 그 자리에 정상 유전자를 넣을 수 있어 선천성 유전병과 불임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RNA만 바꾸면 원하는 표적의 DNA 염기서열을 잘라낼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에 있는 MYBPC3 유전자에 비정상적인 염기서열이 포함돼 있어 심장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유전성 질환이다. 인구 500명 중 한 명꼴로 발병하며, 20~30대 젊은 층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모 중 한 명이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유하면 자녀 절반이 유전질환을 안고 태어난다. 연구진은 태아로 발달하는 배아 단계에 주목했다.


미탈리포프 교수는 지난해 김 단장을 만나 인간 배아 연구에 활용할 유전자 가위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연구진은 비후성 심근증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인식하는 길잡이 RNA를 만들고 환자의 역분화줄기세포로 성능을 검증했다. 미탈리포프 교수 연구진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환자의 정자와 이 유전자 가위를 건강한 난자에 주입하고 수정시킨 뒤 줄기세포 직전 단계인 배반포 단계까지 키웠다. IBS 연구진이 이 배아를 가져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돌연변이 유전자들은 건강한 난자에 있던 정상적인 유전자로 대체된 것을 확인했다. 자연 상태에서 배아가 정상 유전자를 가질 확률은 50%지만 수정 전 유전자 가위를 넣을 경우 정상 유전자를 가진 배아가 72.4%까지 늘어났다. 실험에는 모두 131개 배아가 사용됐다.

김 단장은 “시험관 시술에서 사용하는 유전자 검사 방법을 활용하면 건강한 배아를 골라내 착상시킬 만큼 충분히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연구 가운데 가장 교정 성공률이 높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뒤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면 배아에 교정된 세포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이는 ‘모자이크 현상’이 나타난다. 연구진은 수정란이 아닌 난자에 Cas9 단백질(RNP)이 포함된 유전자 가위를 직접 넣어 유전자 교정의 난제인 모자이크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했다.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도 높였다. 이른바 엉뚱한 유전자가 교정되는 ‘표적 이탈 효과’가 없어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중국 연구진은 2015년 미국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비정상 배아 86개를 대상으로 유전자 교정을 시도했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유전자 가위가 극히 일부 배아에서만 작동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GMP) 기준에 따라 유전자 가위를 생산한다면 산모 자궁에 착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사람과 동·식물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가 있는 DNA를 잘라내는 효소. 교정을 하려는 DNA를 찾아내는 길잡이 RNA와 DNA를 잘라내는 Cas9 단백질로 이뤄졌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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