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가격 인상으로 기업이 치러야 할 '크나큰 대가'

입력 2017-08-03 17:42   수정 2017-10-12 16:50

T가격 경쟁력 떨어진 스타벅스
하루만에 주가 10%대 하락

MS, 모바일분야 혁신보다는 윈도 OS 가격 인상에만 열 올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당신의 마진이 곧 나의 기회"

가격 오르면 고객 달아나고 라이벌에게 공격 빌미도 제공

앤디 케슬러 < 작가·前 헤지펀드 매니저 >



대부분의 투자자는 가격 결정력이 있는 회사를 좋아한다. 하지만 필자에겐 별로다. 로마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를 보여 달라고 중개인에게 요청한 부유한 외국인의 삶을 생각해 보자. 월세가 2만유로인 첫 번째 집은 엉망이었다. 두 번째 1만8000유로짜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아파트는 월세가 1만6000유로인데 이탈리아 수도의 멋진 전망과 함께 정비가 잘돼 있었다. 당혹감을 느낀 중개인은 처음 두 아파트는 몇 달간 비어 있었고, 주인들이 그동안 손해 본 집세를 보전하기 위해 계속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익숙한 이야기가 아닌가. 미국 우체국인 US포스털서비스의 1급 우편물량은 2001년 1037억 통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612억 통으로 감소했다. 이 회사는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우편요금을 34센트에서 49센트로 올렸다. 미국에서 팔린 영화 티켓은 2002년에 거의 16억달러로 최고치였다. 작년에는 겨우 13억달러어치가 팔렸다. 이 기간 평균 티켓 가격은 5.81달러에서 8.65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더 많은 고객이 이탈한다. 마치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절대로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것 같다.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숫자를 채우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회사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들 주식은 실적이 전망치에 조금만 못 미쳐도 엄청난 매도세를 불러온다. 좋은 사례가 있다. 4.65달러짜리 마키아토를 만드는 스타벅스는 지난주 금요일 주가가 10% 가까이 하락했다.

케이블-위성TV를 해지하고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즐기는 코드커터가 증가하면서 디즈니 주가는 지난 몇 년간 100달러대에 머물렀다. ESPN과 케이블 방송사들은 2012년에 디즈니 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었다. ESPN은 계속 잘나갈 것으로 보고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프로농구협회(NBA)와 수십억달러짜리 TV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쿼터백 데릭 카는 1년에 2500만달러를 번다. ESPN 덕분이다.

그러나 이 스포츠채널 가입자들은 2011년 1억 명에서 현재 89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ESPN은 월 수신료를 4.69달러에서 7.21달러로 올렸다. 다른 채널보다 5배나 비싼 가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초 디즈니가 연간 약 6%의 수신료를 다시 인상하기 위해 케이블TV 사업자인 알티스USA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ESPN은 가입자 1100만 명을 추가로 잃지 않더라도 가격 인상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해온 친구가 있었다. 그는 잭 웰치 전 회장은 경영진과의 전략회의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떤 바보도 할 수 있다”며 그들을 꾸짖었다고 했다. 바보보다 더 강한 단어를 사용하며 비용 절감을 압박하고, 장점을 추가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고객을 기쁘게 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벅셔해서웨이는 대조적이었다. 찰리 멍거 부회장은 시즈캔디를 인수한 뒤 “우리는 1년에 10%씩 가격을 올릴 수 있었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교훈은 벅셔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1파운드짜리 땅콩브리틀이 40달러라니. 랍스터가 오히려 더 싸다.

가격을 올린 기업은 굉장히 많다. 슈퍼마켓에 한번 나가보라. 켈로그 가격은 계속해서 급등하고 있다. 프록터앤드갬블(P&G) 치약 사이즈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항상 같은 값에 비해 적다. 이제 사모펀드들이 P&G를 포위하고 있다. 네슬레도 마찬가지다. 맥주 등 술값도 곧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에 버틸 대기업은 없다. 최근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모바일 또는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혁신보다는 컴퓨터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윈도 운영체제(OS) 가격을 계속 올렸다. 태블릿과 휴대폰이 시장을 잠식했다. 이베이에서 수수료가 올라가는 동안 아마존이 성장을 빼앗아갔다. 서점들은 종이책 판매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디지털 서적에 대한 실효가격을 인상했다. 필자는 그것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2010년 도드-프랭크 법안의 더빈 수정 조항은 은행들이 직불카드 거래에 부과할 수 있는 수수료를 삭감했다. 은행들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 손해를 메우기 위해 무료 체킹 계좌와 낮은 잔액 계좌를 쉽게 줄이고, 수수료를 과다 청구한다. 이것이 개인금고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신할 수 없다.

가격 인상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시장을 공격하도록 만든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당신의 마진이 곧 나의 기회다”고 말했다. 우리는 오바마케어 보험료, 일리노이주의 세금, 탄소배출권 거래 비용, 중국의 임금 등 많은 곳에서 가격 상승으로 인한 파괴를 보게 될 것이다.

경쟁은 이러한 문제의 많은 부분을 해결한다. 투자자들은 보호를 받는 기업들을 사랑하지만 끊임없는 가격 인상은 결국 그들 모두를 죽인다.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앤디 케슬러 < 작가·전 헤지펀드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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