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1조 공룡 펀드'

입력 2017-08-09 18:42   수정 2017-08-10 05:32

'존 리 펀드' 순자산 1조원 밑으로 떨어져
2년 만에 1조원 펀드 8개→2개로 급감

KB밸류포커스도 1조 붕괴 눈앞
펀드 설정액 1조원 넘어서면 환매 일어나며 수익률 하락
투자자들 대형펀드 기피 늘어



[ 김우섭 기자 ]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순자산(설정액+운용수익) 1조원이 넘는 펀드들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단기 수익률이 높거나 은행과 증권사가 밀어주는 펀드에 집중적으로 자금이 몰리던 펀드 시장 흐름에 변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조원 이상 펀드 두 개로 줄어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메리츠코리아’ 펀드 순자산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1조원 밑(9279억원)으로 떨어졌다. 메리츠코리아 펀드는 2014년과 2015년에 업계 최상위권인 연 14.84%와 21.96%의 수익률을 올리며 ‘1조 펀드’ 대열에 합류했다.

잠재력 있는 중소형주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 시장 상황과 맞아 떨어져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게 1조 펀드에 합류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 여기에 미국에서 오랫동안 펀드매니저로 일한 존 리 대표의 ‘스타성’도 한몫했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 이후 이 펀드가 담았던 내수주와 바이오·헬스케어주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펀드 ‘덩치’가 커지는 바람에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 지난해 이 펀드 수익률은 -22.65%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투자자 자금도 작년 초 이후 지난 8일까지 4226억원이 빠져나갔다.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이탈로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순자산이 1조원을 넘는 펀드는 ‘신영밸류고배당’과 ‘KB밸류포커스’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 업계에선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3695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KB밸류포커스 역시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 중 순자산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말에 순자산 1조원 이상인 펀드는 8개였다.

◆덩치 커지면 수익률 하락

전문가들은 대형 펀드가 급격히 감소하는 이유로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서면 펀드수익률이 하락한다’는 자산운용업계의 속설을 꼽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1조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입소문을 타고 투자자 자금이 특정 펀드에 몰려들기 시작하면 수익률이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늘어난 자금으로 포트폴리오 내의 종목을 추가로 사 수익률을 높이는 이른바 ‘눈덩이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정액이 1조원을 넘어선 뒤 환매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자신이 보유한 종목을 팔아 자금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수익률도 떨어진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순자산이 1조원을 넘었던 8개 펀드(신영밸류고배당, KB밸류포커스, 메리츠코리아, 신영마라톤, 한국밸류10년투자, KB중소형주포커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한국투자네비게이터) 가운데 수익률이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3.32%)을 웃돈 펀드는 신영마라톤(5.06%)이 유일했다.

주식형펀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펀드 시장을 떠나면서 자금 유출 규모도 커졌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2015년과 지난해 각각 4조4261억원과 7조9445억원이 빠져나갔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일까지 5조1582억원이 순유출됐다.

이에 따라 순자산이 1조원 이상으로 커진 펀드엔 투자하지 않는 펀드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펀드의 유명세를 좇아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이나 펀드매니저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담당 임원은 “펀드 설정액이 8000억~9000억원을 넘어서면 가입을 권하지 않도록 내부 지침을 만들고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 여건에서 펀드당 적정 운용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중소형주펀드의 설정액 규모가 1조원을 넘으면 소프트클로징(잠정 판매 중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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