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술 영업맨이 되살리는 국내 유일 '대구 수성고량주'

입력 2017-08-09 20:50   수정 2017-08-10 06:28

[ 오경묵 기자 ]
중국산 저가 고량주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춰가던 국산 고량주를 살려내 60년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기업인이 화제다.

위기에 빠진 수성고량주를 2010년 인수해 국산 고량주 복원에 나선 이승로 사장(사진)은 영업망 재건에 나선 지 7년 만인 올해 연간 생산량 25만 병을 돌파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1958년 설립된 수성고량주는 풍원양조(1985년 진로그룹이 인수)와 함께 한국 고량주 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뤘다. 하지만 1992년 중국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중국산 저가 고량주가 밀려들자 두 회사 모두 위기를 맞았다. 풍원양조 고량주가 시장에서 먼저 사라졌고 수성고량주도 1997년 대구 산격동 시대를 접고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옮겨야만 했다. 명맥은 남았지만 영업망이 무너지면서 수성고량주의 이름은 서서히 잊혀졌다. 이때 이 사장이 퇴직금과 재산을 털어 수성고량주를 인수했다. OB맥주에서 20년간 근무한 영업 베테랑으로 억대 연봉을 받던 그는 “전통과 역사를 가진 우리 술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회사를 인수한 뒤 이 사장은 저가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고급화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하고 경북대 발효생물공학연구소(소장 박희동)와 신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그는 “개발 과정에서 품평을 받기 위해 술집을 전전하다 소위 술박사인 ‘술꾼’들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다”고 털어놨다.

이 사장은 증류주에 관한 중국과 우리의 문헌을 뒤져 고량주가 중국 술이 아니라 과거 중원(만주)을 호령했던 고구려의 술이라는 자료를 찾고 스토리텔링화했다. 전통주의 약점인 디자인과 포장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연구소와 함께 고량주를 출시하자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1980년대 우리 고량주의 추억을 간직한 소비자들은 우리 술 살리기에 전부를 건 이 사장의 열정에 감동해 영업 전도사를 자처했다. 음식점과 매장에서 일부러 “수성고량주 안 파느냐”고 묻고 수성고량주 인증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역민의 지원을 받기 시작하자 무너진 영업망은 살아났다. 2012년 이마트를 시작으로 신세계·현대·대구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성에 성공했다. 수성고량주를 취급하는 주류도매장도 2010년 50개에서 최근 200개로 늘었다.

이 사장은 “한류 분위기를 타고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인기”라며 “2011년 처음 개발한 신제품과 중국 수정방을 겨냥해 만든 프리미엄 제품은 오히려 중국과 동남아인에게 인기”라고 소개했다. 이 사장은 경북대 발효생물공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쌀과 찹쌀로 증류한 베트남 보드카를 개발 중이다.

그는 “6·25전쟁 이후 대구에는 위스키, 법주, 청주, 고량주 등 각종 술을 생산하는 39개의 양조장이 있었다”며 “앞으로 전통주 제조법을 과학적으로 승화시켜 주류계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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