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장의 양산과 전문경영인의 부족

입력 2017-08-14 17:48  

전용주 < 딜라이브 대표 yjeon@dlive.kr >


가정이나 기업에서 가장 혹은 사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는지에 따라 한 가정의 행복과 기업의 경제 운명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경제의 중요한 구성 단위인 기업의 사장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장의 철학과 리더십 스타일에 따라 기업 구성원 전체의 운명과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그런데 기업 제도의 원산지인 서구의 여러 기업과 교류가 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수직적 서열에 따른 사장이란 명함을 가진 사람은 줄어드는 데 비해 앞자리에 C자를 표기한 전문경영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최고경영자(CE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이다.

얼핏 보면 사장과 CEO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권한과 책임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서열에 기반을 둔 사장은 주요 의사결정과 대외적 대표 기능을 독점한다. 이에 비해 서구의 전문경영인은 주주들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의 통제에 따라 각자 의사결정 범위가 한정되고, 전문성에 따라 대외적인 기능도 분담하고 있다. 아울러 내부 전문경영인 간의 견제와 통제도 잘 설계돼 기업의 투명한 운영을 담보하고 있다.

초기 한국의 기업문화는 서구에서 도입됐음에도 사장을 정점으로 강력한 임직원 간 단합된 서열문화에 기반을 둔 운영 방식이 주류를 형성했다. 이는 무에서 유를 창출한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기에 큰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요즘 성장이 정체되고 글로벌 무한 경쟁 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한국 기업은 오히려 과거의 단일 리더십, 즉 사장 중심 기업 운영 방식이 전문성과 민첩성 부족으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필자가 속한 방송 미디어 분야도 글로벌 미디어 시장 환경은 시시각각 급변하는데 전문성보다 기존 틀에 따른 임기제 사장이 많다. 각 분야 전문경영인들에 의한 분업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미디어와 경쟁하기 위해선 국내 방송 미디어산업도 분야별 전문경영인의 영역을 확대하고, 일관된 장기 경영전략 수립과 집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각 산업 분야의 기업에서 새로운 사장이 많이 배출되고 있지만 회사 전반의 운영과 장기 전략 수립에 경험이 많은 전문경영인 비중은 지나치게 적다는 느낌이다. 사회 제도적으로 각 분야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춘 젊은 전문경영인 육성도 활성화됐으면 한다. 기업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인 만큼 연공서열형 사장처럼 기존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참신한 전문경영인의 적절한 수혈도 많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용주 < 딜라이브 대표 yjeon@dlive.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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