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국] 일주일 만에 10만개 복숭아설빙에 '딱복' 쓴 이유

입력 2017-08-21 09:14   수정 2017-08-21 09:32


지금 우리는 신제품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가지 새로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선을 보이며 기존 제품을 밀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냉철한 소비자들에게 검증받은 '스테디셀러' 사이에서 신제품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좁다. [개발자국]에서는 이런 바늘구멍을 뚫고 대성공을 거둔 제품들을 만들어 낸 최고의 개발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2010년대 초반 디저트 시장의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었던 우유빙수는 이제 어느 카페에 가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메뉴가 됐다. 매년 여름이면 각 브랜드마다 몇 가지씩 신제품 빙수를 출시한다.

업계 선도업체인 설빙 역시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2015년 출시한 메론빙수(리얼통통메론)는 독특한 비주얼과 뛰어난 맛으로 순식간에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다.

올 여름 설빙의 에이스 카드는 '복숭아설빙'이다. 메론빙수에 이은 여름 제철 과일 빙수 2탄인 복숭아설빙은 출시 1주일 만에 10만개 넘게 팔리며 히트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출시 초 공급 차질과 복숭아가 먹기 불편하다는 지적 등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다.

◆"설빙 와서 돈 아깝단 생각 하면 안 돼"

서울 삼성동 설빙 본사에서 만난 개발자 김송윤 연구원(사진)은 신제품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고 말한다. 어찌보면 뻔한 대답이지만, 그만큼 본질을 꿰뚫는 답도 없다.

"빙수가 가격이 저렴한 디저트는 아니잖아요. 먹고 나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되죠. 맛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설빙이 빙수의 유행이 지나고도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죠."

신제품 복숭아설빙에 딱딱한 복숭아, 일명 '딱복'을 사용한 것도 맛을 가장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말랑말랑한 복숭아는 단맛이 금방 빠져버려요. 껍질을 까는 중에도 물러져 보기에도 좋지 않죠. 딱딱한 복숭아는 관리가 편할 뿐더러 맛도 오래 가는 편이에요. 말랑한 복숭아에 비해 상큼한 맛이 있어서 우유얼음과의 궁합도 더 좋아요."

◆"신제품 개발, 확신 있을 땐 밀어부쳐야"

요즘은 SNS 시대다. 맛 만큼이나 SNS에 올릴 '사진발'도 중요하다. 리얼통통메론 역시 메론 반 개를 통째로 빙수 위에 올린 독특한 비주얼이 성공 요인이었다.

"원래 메론빙수는 동글동글하게 스쿱으로 퍼낸 형태로 출시될 뻔했어요. 그 당시 다른 브랜드에서 그런 빙수를 출시해 유행이 되고 있었거든요. 맛은 있었지만, 왜 다른데서 하고 있는 걸 굳이 만드나 하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다른 모양을 연구하다가 지금의 리얼통통메론 방식을 생각해 냈죠."

고난도 있었다. 내부 반대가 심했다. 모양이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고객 테스트에서도 호불호가 반반 수준으로 나왔다. 다른 메뉴였다면 보류 될 운명이었다.

"회사와 소비자 평가 모두 좋지 않게 나왔지만 개발팀에서 밀어붙였죠. 여름에는 무난하게만 가도 매출이 잘 나와요.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설빙을 대표할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력하게 이 모양을 고집했어요."

◆"복숭아설빙, 소비자가 원했죠"

복숭아설빙은 최근 통복숭아 형태로 제공되던 복숭아 1개를 큐브 형태로 썰어 제공하기로 했다. 통복숭아를 직접 썰어 먹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아서다.

"썰어 먹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더라고요. 통복숭아를 손질하는 게 힘들다는 점주님들의 의견도 있었고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점주와 소비자에 맞춰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죠. 물론 통복숭아가 올라간 복숭아설빙을 원하시면 원래 버전으로 받으실 수도 있어요."

복숭아설빙의 개발 자체도 소비자들의 요구 때문이었다. SNS에서 가장 많은 요청이 들어왔던 신제품이 바로 복숭아를 이용한 빙수였다.

"복숭아는 여름 제철 과일이라 늘 신제품 후보군에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과일에 비해 취급과 관리가 어려운 게 문제였죠. 해보지도 않고 안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하루에 100개가 넘는 복숭아를 까다 보니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아 이거 되겠구나 라는 판단이 섰어요."

◆"개발자의 길…달라야·경험해야"

김 연구원은 설빙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며 가장 어려운 점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1위 업체의 숙명이다.

"다른 곳과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당장 따라했다는 비판이 쏟아지죠. 기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한 제품을 만들면 안된다는 게 가장 힘들죠. 소비자는 언제나 새로운 걸 원하니까요."

그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제품을 최대한 많이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말라는 조언이다.

"최대한 많이 먹어보세요. 한 입만 먹고 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신제품이 나오면 꼭 먹어보죠.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해요. 내가 먹어보지 못한 것을 먹으면서 머릿속에서 또 다른 조합이 떠오르거든요."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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