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스튜어트 버터필드 기업용 메신저 슬랙 CEO

입력 2017-08-24 17:27  

게임 개발하다 만든 메신저SW 대박
MS·아마존도 탐내는 '이메일 킬러'로
실리콘밸리의 '소통령'을 꿈꾸다



[ 양준영 기자 ] 기업용 메신저 회사인 슬랙(Slack)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스튜어트 버터필드(44)는 자신이 세운 두 회사를 모두 성공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키워냈다. 흥미로운 것은 둘 다 본업이 아니라 부업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원 철학박사 과정에 있던 버터필드는 2002년 여름 캐나다 밴쿠버에서 게임회사 루디코프를 설립했다. ‘게임 네버엔딩’이라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에 나섰지만 완성하지는 못 했다. 닷컴거품이 꺼지던 시기여서 투자를 받기 쉽지 않았다. 자금이 바닥나자 그간의 성과를 다른 쪽에 응용하기로 했다.

게임 채팅 룸에서 실시간으로 사진을 주고받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2004년 3월 ‘플리커(Flickr)’라는 독자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플리커는 큰 인기를 끌었고, 버터필드는 1년 뒤 야후에 3500만달러(약 400억원)를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2008년 7월까지 야후에서 일한 그는 2009년 새로운 게임회사 ‘타이니 스펙’을 창업했다. 게임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2011년 9월 온라인 게임 ‘글리치’를 선보였지만 충분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실패, 2012년 서비스를 접었다. 버터필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만든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슬랙이란 이름으로 2013년 8월 내놓았다. 슬랙은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기업 메신저 시장의 대표주자가 됐다. 기업가치는 현재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이른다.

하루 이용자 500만명·유료 계정 150만개

슬랙은 메신저 기반의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도구다. 메신저 외에도 구성원끼리 문서 그림 영상 등 파일을 공유하며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게 해준다. 기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구글드라이브나 드롭박스 같은 외부 앱과도 연동이 편리해 초기부터 실리콘밸리 개발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았다.

출시 후 24시간 만에 8000명의 고객을 확보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메일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이메일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베이 핀터레스트 어도비 페이팔 등 많은 기업에서 팀 간 소통을 위해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하루 이용자는 500만 명, 유료 계정은 150만 개다.

버터필드 CEO는 “처음부터 사업을 염두에 두고 슬랙을 만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창업 멤버 네 명 중 두 명은 캐나다 밴쿠버, 한 명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 명은 뉴욕에서 일했다. 실시간으로 소통할 내부 툴이 필요했다. 단순히 채팅만으로는 부족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파일을 공유하고, 다른 팀과 협업할 도구가 필요했다. 게임 사업을 중단할 때 버터필드는 자신들이 쓰던 메신저 앱을 시중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업화를 결정한 뒤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다. 투자자들도 지지해줬다.

버터필드는 “게임 개발을 위해 받은 투자금 중 남은 500만달러를 돌려주려 했으나 투자자들이 다른 것을 시도하라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스피노자를 사랑한 철학 전공자

버터필드는 1973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런드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오두막에서 살다가 1977년 빅토리아로 이사했다. 아버지가 부동산개발업을 시작하면서 형편이 나아졌고, 7살 때 선물받은 컴퓨터로 코딩을 배웠다.

그는 어릴 때부터 사업 마인드가 있었다. 극장 매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였다. 표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에게 주문을 받으면 더 효율적이란 걸 알았다. 버터필드는 또 뉴욕타임스에 “아버지가 부동산 개발을 했는데, 그 일은 프로젝트 기반이었다”며 “마치 새로운 회사를 계속 설립하는 기업가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 전공은 사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철학과 과학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철학자 스피노자를 사랑한 버터필드가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서 유즈넷을 이용하면서부터다. 기업가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철학을 공부한 것이 사업에도 도움이 됐다”며 “명확하게 글을 쓰는 법과 회의를 진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논쟁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버터필드가 플리커와 슬랙 등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비스에서 성공한 것을 그의 전공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애초 그가 개발하려던 온라인 게임은 전투를 하지 않는 특이한 게임이었다. 대신 참가자들이 대화하고 협력해 문제를 푸는 방식이었다. 인기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엉뚱한 게임을 추구했던 것이 플리커와 슬랙의 성공을 낳은 셈이다.

USA투데이는 “어릴 적 히피 부모와 함께 물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통나무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 그가 커뮤니케이션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IT 대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슬랙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슬랙이 소프트뱅크와 엑셀파트너스 등이 주도하는 펀드로부터 2억5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슬랙은 지난해 4월 2억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은 이후 기업가치가 꾸준히 상승했다. 몸값은 지난해 38억달러에서 올해 50억달러로 높아졌다. 6월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슬랙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기업가치가 90억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슬랙에도 도전의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 슬랙이 처음 서비스를 내놓을 때만 해도 기업용 메신저로 특화된 서비스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MS는 ‘팀스’라는 메신저 앱을 선보였다. 페이스북도 ‘워크플레이스’를 내놓고 기업 시장을 공략 중이다. 구글이 내놓은 ‘행아웃 챗’도 슬랙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버터필드 CEO는 경영 주간지 포브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우리는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몇 년이나 앞서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나는 경쟁을 즐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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