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황해도 해주 서쪽에는 춤추는 선인의 옷소매처럼 생겼다 해서 선녀산이라 이름 붙여진 해발 169m의 산이 있다. 여기 우측 끝자락에는 정자 하나가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정자는 원래 조선 중기 참봉 안처중의 별장으로 읍청정이라 불렸으나 그의 외손자 허희가 은거해 살면서 ‘허정’이란 별칭을 갖게 됐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가끔 선녀산을 찾아 주변을 사생(寫生)하며 허정을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겸재의 ‘해주허정도’는 황해도의 명물 선녀산의 웅장한 모습과 허정을 긴장감 넘치는 구도로 화폭에 담아낸 작품이다. 커다란 물줄기가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고, 좌측으로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구불구불 휘어진 소나무가 병풍처럼 허정을 감싸고 있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과 붓 두 자루를 한꺼번에 쥐고 빠르게 그리는 양필법을 마음껏 구사해 보는 이의 눈과 가슴을 압도한다. 빠르고 간결한 필치가 화면 전반을 채우고 있고, 부분적인 담청색이 맑고 투명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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