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윤의 '역지사지 중국' (1)] "믿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입력 2017-08-28 18:48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지난 1년간 칼럼의 제목은 ‘중국과 中國’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은 진짜 ‘中國’과 다르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中國’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진지해질 것이다. 지난 칼럼은 중국인들의 사유방식 또는 관념을 이론 위주로 설명하고 사례를 곁들였다. 이번에는 뒤집어서 비즈니스 현장을 소개할 것이다. 이번 칼럼은 “그런 일이 있었다. 그러니 여러분도 알아서 대처하시라(혹은 판단하시라)”라기보다는 그렇게 진행되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只知其然不知其所以然(그렇게 된 것만 알고, 그렇게 된 이유를 모른다)’은 너무 아쉽다.

모 회사가 중국에서 현지화를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자료를 현지 간부들에게 공개했다. 거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게 했다. 얼마 후에 필자는 이들 현지 간부로부터 깜짝 놀랄 말을 들었다. “참석시키는 거는 다 보여주기 위한 거잖아요!” 이런 말도 들었다. “사실 정말 중요한 자료라면 우리한테 공개하겠어요?”

중국에서는 중국식으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중국인 간부들만 참석해서 정기적으로 회사 복지 등에 대한 건의사항을 수렴하게 했다. 한국인 주재원을 배석조차 시키지 않은 것은 솔직한 의견을 들으려는 회사 측의 배려였다고 한다. 그런데 항상 인사팀의 현지 직원이 의사진행을 위해 만들어온 초안은 늘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그런 회의에서 누가 다른 의견을 내요? 그래도 회사가 많이 노력은 하네요”라고 마무리한다. 당시 필자는 그 정도의 평가를 받기에는 사실 회사가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감한 일을 도맡아 하던 중국인 고위 간부가 있었다. 외국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 노사문제 등 어려운 문제들을 도맡아 해결해주는 정말 믿음직한 현지인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회사를 나갈 때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났다. 재직하는 동안 회사 일을 처리하면서 모은 자료를 들이대며 회사를 협박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사례다.

우리는 진정으로 했는데, 진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무엇은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하고 무엇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중국인은 ‘將信將疑(믿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한다)’의 경향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심지어 “會而不議,議而不訣,訣而不行(모여도 논의는 안 하고, 논의해도 결정은 안 하고, 결정해도 집행은 안 한다)”이라는 중국 회의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현지화는 무슨 소용이고 회의가 무슨 소용이고 약속은 어떻게 이행되는가? 그런데도 중국의 회의는 열리고 결정되고 또 집행된다. 이런 모순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중국인들의 회의에 대한 생각, 의사 표현 방식, 약속(또는 계약)에 대한 관념의 이해에서 그 해답의 뿌리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에서 사례 소개는 述而不作(서술은 하지만, 창작은 안 한다)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중국인의 시각을 소개하고 분석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그 과정이 우리가 지금껏 여겨온 것처럼 단순히 직선의 진행이 아니라 때로는 굴곡이 많은 곡선일 수도 있음이 드러날 것이다. 단순한 등식이 아니라 복잡한 함수였음을 발견할 것이다.

한편 이런 해석이 “중국을 너무 좋게 보는 것 아냐?”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필자는 ‘맹목적인 친중’은 아니다. ‘지중(知中)’을 지향한다. 무조건 많이 먹고 즐기는 대식가(大食家)보다는 맛의 분별력을 가진 미식가(美食家)가 되고자 노력한다. 미식가가 되려면 우선 중국인들이 먹는 모든 것을 그들 식으로 먹어보고 직접 씹어보고 삼켜봐야 하지 않을까? 독자분들과 그런 음미를, 음미하는 과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원칙은 없다? 단지, 복잡할 뿐

중국식 관리를 전파하는 저명한 쩡쓰창(曾仕强) 교수는 “당신(들)은 원칙이 없다!”라는 불만을 들은 중국인들은 거의 모두 이렇게 얘기한다고 한다. “내가 원칙이 없다고? 나는 원칙이 있는 것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 “원칙이 없다”는 외부의 시각과 “원칙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一無所有)”는 중국인 스스로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은 양극단이다. 건건이 “개별 처리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로 중국식 처리 방식이다”는 해석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게임 규칙을 알면 승률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외국인이라도 노력을 통해, 공부를 통해 점점 더 숙달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통해 규칙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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