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자긍심 살린 미디어아트에 승부 걸겠다"

입력 2017-08-29 19:13  

문화예술 패스파인더 (6) '차세대 백남준' 꿈꾸는 박찬경

전통이야말로 창작의 정수
백남준이 '흥의 미학'이라면 저는 '한국의 비애' 잡아냈죠



[ 양병훈 기자 ]
좀 더 있으면 발코니에서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지 모른다. 첨단기술의 괄목할 성과가 모두의 관심을 독점한 시대다. 이 와중에 “전통문화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특별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 아티스트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는 박찬경 작가(52) 얘기다. 고(故) 백남준 작가는 생전에 아시아 문화를 세계 속에서 어떻게 보편화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았다. 화제를 모은 박 작가의 작품 ‘만신(萬神)’ ‘시민의 숲’ 등도 모두 전통문화를 다룬다. 백 작가는 흥을, 박 작가는 비애를 표현한 점이 다를 뿐, ‘비디오’라는 형식을 이용해 전통문화를 불러낸다는 점은 같다.

박 작가는 “전통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우리의 정신이 얼마나 서양문화에 침윤돼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10여 년 동안 한국 사람들의 자긍심이 급격히 낮아졌다”며 “전통문화를 통해 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1988년 서울대 서양학과,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해 첫 개인전 ‘블랙박스: 냉전이미지의 기억’을 열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세트’(2000년), ‘파워통로’(2004년), ‘비행’(2005년), ‘신도안’(2008년), ‘그날’(2011년), ‘갈림길’(2012년) 등의 작품으로 한국 사회를 반추해왔다.

비디오로 전통문화를 구현해내는 박 작가의 시도는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 작가가 친형 박찬욱 감독과 만든 창작팀 ‘파킹 찬스(PARKing CHANce)’는 단편영화 ‘파란만장’으로 201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았다. 박 작가는 지난 4~7월 독일 ‘세계 문화의 집’에서 열린 그룹전 ‘호랑이 두세 마리(2 or 3 Tigers)’, 지난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행사인 아트바젤 등에서 작품을 전시·상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5~6월에는 미국 뉴욕의 티나킴갤러리에서, 2015년 1~3월에는 영국 이니바 국제현대미술기관에서 각각 미국·영국 첫 개인전도 열었다.

“21세기에 웬 전통문화냐고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죠. 그러나 현대성만 추구하다 보면 의미 있는 문화적 생산을 할 수 없습니다. 서구 일변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거리를 두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젊은 층도 알고 보면 전통문화를 마냥 낯설게 느끼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촌에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유행이고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사극이 강세잖아요.”

기술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 파킹 찬스는 최근 영상 설치미술에서 아직까지 흔히 사용되지는 않는 입체영상(3D)으로 작품 ‘격세지감’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까르띠에 재단 소장품전 ‘하이라이트’에서 상영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기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재현했던 경기 남양주시 세트장을 3D 영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장소는 지금 폐허가 돼 있다. 박 작가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남북관계는 195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화려한 기술 미디어로 폐허를 보여줌으로써 상황의 아이러니컬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최근 한반도 분단이 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표현하는 사진 슬라이드 작품 ‘소년병’을 준비 중이다. 최인훈의 단편소설 《금오신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완성된 작품은 다음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그룹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에서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박 작가는 “방황하는 남북관계 속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헤매는 사람의 모습을 다룰 계획”이라며 “작품 의미를 남북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다른 사회적 사건을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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