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참된 정의사회가 그리워지는 이유

입력 2017-09-05 18:19  

개인의 삶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정의관
납세자의 부 빼앗아 선심쓰고 자유를 유린하는 규제만 남발

경제주체를 평등하게 대하고 시장질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할 뿐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자유주의경제철학아카데미 원장 kwumin@hanmail.net >



‘정의로운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 키워드가 마음에 걸린다. 그 바탕에 깔려 있는 현 정부의 정의관(觀)때문이다. 복지예산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2018년 예산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출생부터 일자리, 건강, 늙음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가 정의사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부는 불의(不義)를 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공공일자리 확대, 공공주택, 청년수당, 보육 등 퍼주기식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당장 필요한 게 돈이다. 소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 걷기, 빚내기가 필연이다. 어느 방법이든 정부는 결국 납세자의 부(富)를 빼앗아야 한다. 약탈이 어떻게 정의롭단 말인가! 민간기업의 노동자 월급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대한민국을 정의사회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복지국가 수단은 돈만이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기업 규제 등 다양한 규제도 현 정부에는 정의사회의 수단이다. 그러나 자유를 유린한 나머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켜 모든 계층의 삶을 어렵게 만들 뿐인 규제는 불의의 정부만이 할 일이다.

낮은 노임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배워 부자가 되겠다는 미숙련 근로자, 낮은 노임의 노동력을 이용해 창업해서 장차 중견기업이 되겠다는 젊은 창업자의 야심을 최소임금 인상으로 정부가 위축시키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더 일하고 싶어도 못하게 막는 사회를 정의사회라고 말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과 실업의 원인이자 불의의 온상이 된 노동 부문 개혁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애석하게도 말이 없다. 정권 창출을 지원한 세력을 위한 ‘내 식구 감싸기’라면 이는 야만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심각한 불의다.

불의의 말로(末路)가 어떤지는 역사적 경험이 또렷이 말해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 미래로 불린 브라질, 남미 좌파 벨트의 리더 격이던 베네수엘라 등은 흥청망청 복지 파티를 벌이는 불의 때문에 처절하게 망했다. 정부가 돈 없이도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내 삶을 책임지겠다는 등 인기영합적인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걸 보면 현 정부는 남미 수준의 야비한 사회주의 정부를 빼닮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독일, 스웨덴 등을 봐야 한다며 그 사회가 번영을 이룬 건 거대한 복지체제 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독일과 스웨덴 경제의 번영은 광범위한 경제적 자유와 낮은 조세 덕택이었다. 1970년 전까지 잘나가던 경제가 금세기 초까지 격심한 경제 침체를 겪은 건 선심성 복지 확대 때문이었다. 복지 확대 중에도 유럽 국가는 금융, 무역, 기업은 아주 자유로웠다. 그럼에도 경제 추락은 끝이 없었다. 복지 확대로 망하는 건 남미나 유럽이나 예외가 없다. 유럽과 비교할 때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의 법인세를 올리고 예산을 늘려 복지를 확대하면서 동시에 대기업 규제 등으로 경제 자유를 옥죄고 있다. 한국 경제가 처참한 길로 가는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규제와 돈으로 대기업, 부자를 희생시켜 중소상공인, 서민층에 선심 쓰는 게 정의로운 정부의 역할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가 대기업과 부자를 위해 중소기업, 서민층을 무시하는 불의를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정부가 면세점 등 대기업 부자에 특혜를 허용한 것은 심각한 불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로부터 박해당한 계층을 위해 특혜를 받은 계층을 희생시킨다면 이 또한 심각한 불의다. 참된 정의는 정부가 어느 누구도 재정적·법적으로 차별하지 않고 경제주체들을 평등하게 대하고 자유를 보호하는 데 있다. 이게 번영과 평화를 안겨주는 자유를 위한 유서 깊은 법치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규제가 없는 자유시장은 실업, 빈곤, 양극화 등 경제 문제의 장본인이라는 게 문재인 정부의 믿음이다. 그러나 참된 정의가 지켜지기만 한다면 시장은 스스로 그런 경제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자생적 질서라는 걸 망각한 결과다.

복지 확대로 뼈아픈 어려움을 겪은 독일, 스웨덴 등이 오늘날 번영을 누리게 된 것도 복지 축소, 조세 삭감 등으로 시장의 자생적 질서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참된 정의사회가 그리워진다.

민경국 < 강원대 명예교수·자유주의경제철학아카데미 원장 kwumin@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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