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 사고, 안 쓰고…'그린북'에 나타난 불안 징후들

입력 2017-09-08 18:02  

한풀 꺾인 경제에 불안한 징후들이 점점 늘고 있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를 보면 무엇보다도 소비 부진이 두드러진다. 지난 6월 1.2%(전월비)였던 소매판매 증가율이 7월엔 0.2%로 뚝 떨어졌다. 수출·산업생산은 회복세인데 소비·설비투자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

8월 속보지표는 우려를 더한다. 백화점(-1.0%)과 대형마트 매출(-1.6%), 휘발유·경유 판매량(-6.1%)이 올 들어 처음 동반 감소했다.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1분기 월평균 14.1%, 2분기 3.8% 늘던 것이 8월엔 0.3% 증가에 그쳤다. 연중 최저다. 소비자심리지수도 8월 들어 처음 꺾였다. 기재부는 기저효과로 설명하지만 심상치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출이 8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세라 해도, 하루 평균 수출은 되레 감소세(4월 22.6억달러→8월 19.6억달러)다. 반도체 외엔 내세울 게 없다. 조선 해운 철강에 이어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마저 미국 유럽 중국 등 3대 시장에서 큰 폭의 판매 감소세다. 경남·울산에 이어 부품업체가 많은 부산 경제까지 흔들리는 판이다.

주가와 집값도 주춤하고 있다. 투기는 막아야겠지만 ‘부(富)의 효과’에 의한 소비진작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무디스와 S&P가 안보위기를 들어 한국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외국인 자금까지 빠져나가면 속수무책이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북핵 위기에 가려 있던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주력산업은 중국의 사드보복 이전부터 경쟁력의 한계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별로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기업 부담을 키우는 정책들만 산더미다. 내수와 직결되는 유통은 규제 홍수다. 임시공휴일 지정도 긴 연휴에 해외 소비만 늘릴 공산이 크다. 해외에선 써도 국내에선 안 사고, 안 쓰는 현상을 정부는 너무 쉽게 여긴다.

경제는 조짐이 모이면 징후가 되고, 징후가 쌓이면 위기가 된다. 어떻게 성장엔진을 되살릴지 정부는 답을 내놔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해법이 못 된다. 경제 규모에 비해 미미하거니와 물가도 들썩인다. 추경 효과에도 올해 3% 성장이 쉽지 않다. 경제도 안보만큼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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