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한 중국 보복…합작사 줄줄이 무산

입력 2017-09-12 19:08  

커지는 사드 보복 피해

다 된 합작계약 돌연 없던 일로…기업들 "중국 사업 원점서 재검토할 판"
법인 통합 등 중국내 사업 재편도 잇단 제동
'눈덩이 피해'에 유통업체들은 아예 철수도



[ 장창민/강동균 기자 ]
한국 기업들의 중국 현지 합작사 설립 작업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서명 직전까지 간 합작사 설립 계약이 사실상 ‘없던 일’이 되거나 중국 측이 갑자기 사업 계획 변경을 요구하면서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실적 악화 수준을 넘어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 사이에선 “중국 내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얘기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추가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의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는 올초 현지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지만, 사드 보복 여파로 계약이 무기한 연기됐다. 당초 A사는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중국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해 이익을 나눌 계획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사드 보복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어 합작사 설립 계획 자체를 접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사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부품 업체인 B사도 중국 현지 회사와 합작사 설립을 추진했다가 최근 이 같은 계획을 접었다. 상대 합작파트너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갑자기 사업계획 변경을 요구하면서다. B사는 어쩔 수 없이 제품 생산을 다른 중국 업체에 맡기고 기술만 제공해 달라는 현지 합작파트너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사업 방식을 바꿨다.

◆투자 자금 조달 계획도 어그러져

중견·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중국 사업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올 하반기 합작투자를 통해 현지 공장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합작사 법인 설립조차 못하고 있다. 최종식 쌍용차 사장은 “작년 10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산시자동차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지만 아직도 답보 상태에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투자 자금 조달 계획이 어그러진 경우도 있다. SK플래닛은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로부터 1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해왔지만 협상이 중단돼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기존 사업 재편 작업도 줄줄이 무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업체인 C사는 사업 부진으로 적자를 보고 있는 일부 현지 법인을 통합하려 했지만 중국 지방 정부가 반대해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 법인을 없애 조직을 통합하려 하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지방 정부가 문제를 제기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미 손잡은 현지 합작파트너와 갈등을 빚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는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의 부품 납품단가 인하 및 협력사 교체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韓 기업 피해만 8조원 넘어

제조업체와 달리 현지 생산설비가 없는 유통업체들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한 분위기다. 신세계 이마트는 한때 26개에 달했던 현지 매장 중 현재 남아 있는 6곳마저 모두 매각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 내 전체 점포 112곳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됐다. 연말까지 매출손실액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롯데마트도 현지 매장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사드 배치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피해 규모가 올해 말까지 8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선 기업들의 피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데도 정작 한국 정부는 팔짱만 낀 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선 중국 내 생산·판매 전략뿐만 아니라 중장기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은 그룹 차원에서 중국 사업 및 투자 전략을 재편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임원은 “사드가 추가 배치되고 중국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지면서 중국 사업 전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대응 추이를 보며 사업계획 재검토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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